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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관건은 교회 재정의 투명성과 공개다

이 글은 [경향신문] 2017년 6월3일자 '사유와 성찰' 코너에 실린 칼럼원고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022034015&code=990399&s_code=ao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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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교회 재정의 투명성과 공개다


한 대형교회 담임목사는 연봉이 24천만 원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수많은 명목의 각종 사례비들이 더해져 그가 실제로 수령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은 4억 원에 이른다. 한편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하고 원로목사로 재직하고 있는 그의 부친이 교회로부터 받는 실수령금 총액은 2억 원을 상회한다. 하지만 그에게 책정된 임금은 96백만 원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들 부자(父子) 목사 수입의 전부가 아니다. 항간의 소문으로는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또 다른 소득이 있다. 이른바 촌지수입이다. 심방비, 장례식 집례비, 결혼식 주례비, 기타 각종 애경사에 대한 감사의 촌지 등등.

201512월 국회는 종교인과세 법안을 가결했고, 2년간 유예한 뒤 2018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 법안에 따르면 위의 부자 목사는 연봉으로 책정된 24천만 원과 96백만 원에서 필요경비 20~80%를 제한 뒤 그 차액을 기타소득으로 간주하여 과세하게 된다. 둘 다 고액소득자니 필요경비율이 20%에 가깝겠지만, 같은 임금의 근로소득자보다는 과세 금액이 훨씬 적다.

게다가 위에서 보았듯이 이때 과세대상인 금액은 교회 재정에서 지불되는 실수령금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금액을 가늠할 길이 없는 촌지수입은 아예 고려조차 되지 못한다.

이 교회는 원로목사가 교인과의 불륜관계가 등통나면서 갈등이 일파만파로 번져가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재정장부가 누출됨으로써 담임목사와 원로목사의 수입에 관한 항목들이 적나라하게 탄로 난 첫 번째 케이스다. 현재 900개쯤으로 추산되는 한국의 대형교회들 가운데 자발적으로 재정을 공개하는 교회는 몇 개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교회 재정을 공개하지 않는 절대다수의 대형교회들은 이 교회와 얼마나 다를까? 수많은 교회들이 못지않은 문제를 안고 있을 것이겠다.

이렇게 종교인과세는, 이 법안에 극렬히 반대하는 개신교 대형교회들의 눈치를 심하게 보면서 어렵게 입법이 완료되었다. 그나마 2년간 유예되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었다.

한데 얼마 전 새 정권의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라는 사람은 또 다시 시행을 2년 후로 미루겠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새 정부가 할 일이 산적한 마당에 준비할 여력이 없다는 게 이유다. 그 말이 맞는다면 지금까지 이에 대한 준비를 아무것도 안 했다는 얘기다. 그것은 2년 후에도 시행될 보장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다행히 새 정부는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할 것을 약속했다.

일단은 다행이다. 충분하진 않지만 첫 걸음은 뗄 것이니 말이다. 이 첫 걸음은 수많은 개신교 목사들로 하여금, 자신의 소득을 자발적으로 신고하도록 자극할 것이다. 그리고 법률에 따라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신고할 것인지 근로소득으로 신고할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고민하게 할 것이다. 그 고민만큼 목사들의 시민의식은 증가하게 될 것이다.

나는 목사들의 이러한 시민의식의 증대가 이제까지 지지부진했던 교회재정 투명성운동을 탄력 받게 하는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재정의 투명한 운영과 공개는 사회의 퇴행적 존재로 낙인찍힌 교회를 갱신하게 하는 첫걸음이다.

문제는 대형교회다. 위에서 보았듯이 목사들의 명목임금과 실소득 간의 심한 불균형은 대형교회 재정의 투명한 운영과 공개를 가로막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건 문제의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앞에서 보았듯이 절대다수 대형교회들의 재정은 지금까지 철저히 봉인되어 있다. 그것을 열람할 수 있는 이는 담임목사와 일부 특권적 신자들뿐이다. 바로 이런 요소가 간간히 폭로된 교회 비리의 근원적 원인이다.

2년 전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무기상 이규태는 교회 재정의 불투명성을 이용해 온갖 비리를 자행했다. 또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이 교회를 돈세탁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중 사실로 입증된 경우도 몇 건이나 된다. 종교시설에 대한 면세특혜를 이용한 부동산투기는 너무나 흔한 비리에 속한다. 그 외에 극우NGO 단체들이나 극우집회들에게 재정을 지원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세력이 교회임은 익히 알려진 바다. 문제는 이들 극우단체들과 집회가 민주주의와 인권에 역행하는 주역이라는 사실이다. 하여 그러한 역할을 하는 교회를 향한 시민사회의 시선은 따갑기 이를 데 없다.

현행의 종교인과세 법안은 부패와 타락의 상징이 된 오늘의 개신교를 변화시키는 데 조금밖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형교회 재정의 투명한 운영과 공개다. 시민사회의 압박이 필요하다. 그래도 안 되면 법으로 강제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