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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교회도 감사제도가 필요하다

2017년 11월 23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칼럼 원고입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2024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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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도 감사제도가 필요하다

 


국정원발 특수활동비에 관한 적폐 문제는 정부 각 부처와 정치권으로까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특수활동비가 이렇게 비리의 온상이 된 것은 그것이 감사받지 않는 돈이기 때문이다. 사용처를 정하지 않는 예산이 필요한 업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 업무의 기밀이 더 이상 지켜져야 할 필요가 사라진 시점까지도 감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오남용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특수활동비의 문제가 사례가 드러난 이상, 국민은 그런 예산 항목 일체를 불신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국가를 국민이 불신한다는 것을 뜻한다. 해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국가는 특수활동비를 어떡해든 개혁해야 한다. 물론 그것은 특수활동비에 대한 감사제도의 구축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한데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정치권만이 아니다. 교회도 불신의 정도가 깊다. 이러한 불신을 불러일으킨 주요 항목들로는 담임목사의 부자세습, 성추행, 학력위조, 그리고 특수활동비의 유용처럼 감사받지 않는 돈의 사용을 둘러싼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 교회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재정비리 사건이 일어난 교회들은 전체의 10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드러나지 않은 경우까지 합하면 그 수치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이런 비리의 주된 이유는 재정이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 교회의 50퍼센트 이상이 외부기관에 의한 감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놀랍게도 외부기관에 의해 재정감사를 받아본 교회는 거의 없다. 심지어 내부 감사조차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재정운영에 대해 장로들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의 개신교회들은 교단을 불문하고 장로교 특유의 제도인 장로제도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장로는 담임목사와 함께 당회를 구성한다. 당회는 재정운영을 포함한 일체의 업무를 장악하고 있는, 사실상의 교회 최고 기관이다. 한데 당회원인 장로도 모르는 재정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담임목사와 일부 특권적 장로만이 그 실질적 내역을 알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목사 세습으로 유명해진 명성교회의 경우 십여 년간 재정을 담당했던 수석장로가 담임목사의 지시로 80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관리하고 있었다.(얼마 전 그는 자살했다.) 대부분의 장로들조차 모르고 있었던 자금이다. 물론 이런 식의 이상한 재정이 운영되는 사례는 이 교회뿐 아니라 무수히 많다. 외부감사는 말할 것도 없고 내부감사조차 거의 안 되고 있으며, 심지어 재정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장로들조차 그 전모를 모른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런 자금은 재정비리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2013년에 조사된 한국의 교회 분쟁에 관한 자료를 보면, 분쟁의 요인들은 위에서 열거했던 교회 불신의 항목들과 거의 동일하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런 일들이 대개 겹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재정 비리를 일으키는 목사가 여신도의 성추행을 더 많이 하고 그런 교회에서 담임목사의 부자세습이 더 많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결론에 이른다. 감사 받지 않는 권력은 윤리적이든 법적이든 범죄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신뢰를 회복하는 첫째 과제는 교회 권력을 감사하는 제도의 마련에 있다. 그중 투명한 재정관리와 실질적인 재정감사는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하나 더 언급하면, 목사의 소득세 납부는 아주 소소한 것,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항목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