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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민중신학, 시작에 관한 하나의 내설(內說) 경기민예총의 연간지 ((다-다-)) 4호(2022.12)에 실린 글. 미술평론가인 김종길 선생이 편집장이다. 흥미롭게도 이 잡지는 '처음'이라는 주제로 특집을 구성했다 총론격인 , 그리고 네 가지 '처음'에 관한 고찰들이 들어 있다. (1) , (2) , (3) , (4) 등. ----------------------------------------------------- 민중신학, 시작에 관한 하나의 내설(內說) 1975년 3월1일 그날 새문안교회 본당 교육관에는 많은 인파로 북적댔다. 주일엔 어린이예배가 열렸기에 시끌벅적했지만, 평일엔 결혼식이 있을 때를 빼면 거의 조용했다. 당시엔 기독교사회운동 하던 활동가들이 모임 장소로 이 교회를 애용했지만, 대개는 좀더 작은, 별관 교육관에서 모였다. 집회결사.. 더보기
‘수다의 공론장’에서 민중신학을 하기 - 디지털미디어 시대 민중신학에 관한 하나의 실험적 보고문 [농촌과 목회](2023 겨울)에 실린 글 ---------------------------------------------- ‘수다의 공론장’에서 민중신학을 하기 디지털미디어 시대 민중신학에 관한 하나의 실험적 보고문 예언자가 된 학자들 1976년 3월1일 오후 7시, 명동성당에서 3.1절 미사와 기도회가 열렸다. 4백여 명의 종교계과 학계, 그리고 정치계 민주인사들이 참여한 집회였다. 이 집회의 끝자락에 ‘민주구국선언문’이 낭독되었다.. 검찰은 발 빠르게 움직여서 선언문 연명자와 기타 가담자 전원을 당일 밤부터 연행하여 불과 10일 만에 사건을 종료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명동사건’이라고 명명했고, 국가변란을 도모하고자 했던 반국가 사범으로 18명을 기소했다. 사법부는 검찰의 기소대로 전원 실형을 .. 더보기
익숙함에 반대하다 [맘울림](2021 7)에 수록된 글 -------------------------------------- 익숙함에 반대하다 너희는 또, 너희와 함께 사는 외국인 거주자의 자손 가운데서나, 너희의 땅에서 태어나서 너희와 함께 사는 그들의 가족 가운데서 종을 사서, 너희의 소유로 삼을 수 있다. (〈레위기〉 25,45) 이 구절에서 ‘외국인 거주자’라고 번역된 히브리어는 ‘토사브’(toshab)다. 제1성서에 14번 등장하는 단어인데, 그중 8번이 〈레위기〉에 나오고, 특히 7번이 25장에 집중되어 있다. 즉 위의 인용 구절이 속한 〈레위기〉 25장에서 ‘토사브’는 핵심어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장은 7년마다 돌아오는 안식년, 50년마다 오는 희년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선 길게 부채에 관한 .. 더보기
한국의 ‘작은 독재자들’ - 정치종교와 문화종교 개념으로 살펴보는 퇴행적 대중의 출현 [우리 안의 파시즘 2.0](휴머니스트 2022)에 실린 글 이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여는 글. 우리 안의 파시즘, 그 후 20년 - 일상적 파시즘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임지현) 01. 능력주의의 두 얼굴 - 민주적 공정사회인가, 엘리트 계급사회인가? (이진우) 02. 세대-연공-인구 착종이 낳은 기득권 - 한국의 노동시장 불평등은 어디서 유래하는가? (이철승) 03. 국민주권 민주주의에 사로잡힌 한국정치 - 참여가 대의를 밀어낼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박상훈) 04. 식민지 남성성과 추격발전주의 - 한국사회는 왜 기후위기를 직면하지 못하는가? (정희진) 05. 너무 익숙해서 낯선 일상적 인종주의 - 한국에는 정말 인종차별이 없을까? (조영한) 06. 주목경제 시대의 주인공, 관종 - 프로보.. 더보기
‘언택트의 사회’ 바깥에서 언택트를 묻다 - 코로나19와 작은교회 [바이러스에 걸린 한국교회](삼인 2021)에 실린 글 이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글머리_ 코로나19와 함께한 1년(양권석) 제1부 취약계층은 더욱 취약해지고 01. 고독으로/부터의 연대―재난 시대의 영성(정경일) 02. 코로나19 전쟁(?) 시대, 여성을 이야기하다―돌봄, 쉼, 치유의 교회 공동체(배근주) 03. 우리의 불안과 그들의 취약함이 입을 맞출 때―2020년 이태원 집단감염 사건을 돌아보며 (시우) 제2부 재난이 된 종교 04. 코로나19와 탈종교사회의 종교성 (박정위) 05. ‘언택트의 사회’ 바깥에서 언택트를 묻다―코로나19와 작은 교회 (김진호) 06. 신천지 현상과 그리스도교 그리고 성경 문자주의 (오제홍) 07. 대면/비대면(예배)에 대한 왈가왈부는 무엇을 드러내는가 (황용연) 제.. 더보기
역사의 예수 다시보기_05 : 마을의 미시권력과 안식일신앙 - 역사적 고찰 마을의 미시권력과 안식일신앙 역사적 고찰 예수가 세례자 요한이 체포된 이후 갈릴래아 마을 안, 특히 마을회당에서 활동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 과정에서 예수가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마을종교의 배타성이다. 거기에도 누군가를 억압함으로써 누군가의 권력이 정당화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었다. 마을 안의 미시권력이 작동하는 중심공간은 회당이다. 그리고 그것을 추동하는 자들을 복음서는 ‘바리새파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그들의 배후에는 일정 지역의 마을들을 연결하는 지방종교가 있었고, 그렇게 지방종교의 엘리트 집단을 ‘바리새파의 율법학자들’이라고 불렀다. 한편 그들은 예루살렘의 율법학자들과 느슨한 연계를 이루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중앙과 지방, 그리고 마을을 연결하는 권력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었다. .. 더보기
역사의 예수 다시보기_06 : 바리새파와 적대한 뒤, 갈릴래아 마을 밖으로 - 예수운동의 코어그룹, 떠돌이 예언자들 바리새파와 적대한 뒤, 갈릴래아 마을 밖으로 예수운동의 코어그룹, 떠돌이 예언자들 호숫가로 ‘물러가다’ “안식일 치유 사건 직후 예수와 제자들은 호숫가로 ‘물러갔다’.”(〈마가복음〉 3,7) 앞 장은 이 구절을 다시 명시함으로 끝은 맺었다. 여기서 ‘물러가다’로 번역된 헬라어 단어 ‘아낙쏘레오’(αναχωρεω)는 이곳을 포함해서 제2성서에서 9번 사용된다.(〈마태복음〉 7회; 〈마가복음〉과 〈요한복음〉에 각 1회씩) 아래는 〈마가복음〉의 3,7을 제외한 이 단어의 용례들을 열거한 것이다. • 헤롯을 피해 요셉 가족이 이집트로 갈 때(〈마태복음〉 2,14) • 요셉 가족이 에집트에서 다시 귀향하고자 했으나 아르켈라오가 헤롯의 뒤를 이어 유대아 지방의 통치자가 되었다는 소식에 그곳을 피해 갈릴래아로 갈 때.. 더보기
역사의 예수 다시보기_07 : 갈릴래아 마을회당과 ‘호숫가’의 주요대중의 변화 - 라오스에서 오클로스로 갈릴래아 마을회당과 ‘호숫가’의 주요대중의 변화 라오스에서 오클로스로 라오스 예수님이 대답하셨다. “당신네들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들을 두고 이사야가 제대로 예언했네요. 성경에 적혀 있는 대로군요.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떠받들지만, 그들의 마음은 나한데서 멀리 떨어져 있구나. 나를 받들어 섬겨 봐야 쓸데없는 일이다. 가르친다고 가르치는 것이 사람들의 계명들이니.” (〈마가복음〉 7,6) 그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명절에는 죽이지 맙시다. 그렇게 하면 백성들이 득고 일어날 겁니다.” (〈마가복음〉 14,2) 이 두 구절에는 ‘백성’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리스어 라오스(λαος)를 옮긴 것이다. [표14]에서 보듯 제2성서에서 ‘라오스’는 142회나 나오는데, 〈마가복음〉에서는 유난히.. 더보기
역사의 예수 다시보기_08 : 예수운동의 '숨겨진' 활동가들 - 지역협력자 역사의 예수 다시보기 여덟번째 원고 ------------------------------------------------ 예수운동의 ‘숨겨진’ 활동가들 지역협력자 “내 뒤를 따르라” + “버리고 따랐다” 예수는 어떤 이를 제자로 부를 때 ‘듀테 오피소 무’(Δευτε οπισω μοη) 혹은 ‘아콜류떼이 모이’(Ακολουθει μοι)라고 말했다. 우리말로 옮기면 둘 다 ‘나를 따르시오.’다. 이에 부름받은 이는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 따랐다.’ 6장에서 보았듯이, ‘버리고’ ‘따름’이라는 조합은 예수와 함께 떠돌이 예언자가 된 이들의 전형적인 ‘제자됨’의 양식이다. ‘따르다’는 뜻의 그리스어 동사 ‘아콜류떼오’(ακολουθεω)가 ‘떠돌이 예언자’형 제자의 따름을 말할 때 종종 사용되는 .. 더보기
역사의 예수 다시보기_10 : 시로페니키아 출신 헬라 여인 이야기 - 이례적 지역협력자 2 역사의 예수 다시보기 열 번째 글 -------------------------------- 시로페니키아 출신 헬라 여인 이야기 이례적 지역협력자 2 ‘티레의 호리아’ 〈마가복음〉의 스토리 구성을 살펴보면 거라사 무덤터의 남자 이야기(5,1~20)부터 시로페니키아 여인 이야기(7,24~37) 사이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동선만 살펴보면 거라사 사건 이후 예수는 갈릴래아 호수 이편으로 건너와 나사렛 회당에 갔다가(6,1) 인근의 여러 마을을 돌아다닌다.(6,24) 그리고 저 유명한 오병이어 사건이 일어난 어느 호숫가에서(6,34) 배를 타고 호수 북동 끝단의 벳세다()로 갔다가(6,45) 북서 끝단의 게네사렛으로 온다.(6,53) 이런 광폭의 숨 가쁜 행보에 이어서 예수는 페니키아의 티레(Τυρο..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