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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바디야의 과실 한백교회 하늘뜻나누기(2000.3.12) 원고로 쓰였던 것을 수정, 보완하여 [반신학의 미소]에 게재 ------------------------------------------------------ 오바디야의 과실 구약성서에서 가장 짧은 텍스트를 꼽으라면 단연 〈오바디야서〉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서 속에는 이스라엘 족속 사이에서 오랫동안 통용되어 온 하나의 적개심의 정치가 뚜렷한 궤적을 그으며 자리잡고 있다. 오직 에돔 족속과 그 조상 에사오에 대한 증오를 담기 위해 이 책이 쓰였다는 것이다. 마치 “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 날을 ...”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한 편의 노래 속에서 3년간의, 아니 50년간의 증오가 우리의 귀청을 끊임없이 분노의 떨림으로 진동시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 더보기
반정주(反定住)의 신앙 - 안병무의 민중신학적 예수상의 재발견 1997년 10월 7일, 한백교회의 안병무 선생 추모예배 겸 교회 창립일에 한 설교를 수정보완하여 내 책 [예수의 독설]에 수록하고자 수정하였지만, 책에 수록하지 않음. ------------------------------------------------ 반정주(反定住)의 신앙안병무의 민중신학적 예수상의 재발견 율법학자 한 사람이 다가와서 예수께 말하기를 “선생님, 나는 선생님이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 하였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도 보금자리가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마태오복음〉 8,19~20 몇 년 전(아마도 1980년대 말 혹은 90년대 초) 안병무 선생이 불쑥 ‘유민(流民)의 신학’이란 말씀을 꺼낸 적이 있다. 갑작스.. 더보기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시대의 그리스도교 민중운동 모색 이 글은 이라는 제목으로 '기독여민회 제7회 종교개혁 토론회'의 발제글(2000)로 발표된 것을 수정보완하여 나의 책 [반신학의 미소]에 의 제목으로 재수록한 것이다. --------------------------------------------------------------------------------------------------------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시대의 그리스도교 민중운동 모색 1 기술문명의 미덕 가운데 하나는 관계의 공간적 한계를 규정짓던 경계들의 ‘더 나은’ 돌파 능력을 인류에게 선사해주었다는 데 있다. 그러한 능력은 점점 가속화되어, 정보통신기술과 멀티미디어의 발전에 힘입어 오늘날의 세계는 어느 곳이든 ‘동시문화권’ 속에 편입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컨대 이제 지구.. 더보기
희망의 원리를 찾아 - INF 체제 하에서 민중신학적 실천 담론의 모색 이 글은 한국민중신학회 소식지인 《숨》(1998 봄)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 희망의 원리를 찾아INF 체제 하에서 민중신학적 실천 담론의 모색 매주 무언가를 말해야 하는 직업의 사람에겐 아마도 소재 찾기처럼 힘든 일은 없을 게다. 절기는 막연히 바다 속을 헤집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지만, 그것도 몇 년 반복되면 마찬가지다. 그러나 올핸, 아무 걱정 없이(?) 신정 연휴와 설 연휴를 보냈다. 할 말이 넘쳐서 자제해야 할 지경이니 말이다. 이른바 ‘IMF 관리체제의 개막’이라는 현실 탓이다.‘국민소득 천불 시대’니 OECD 가입이니 하면서, 얼마간 흥청대도 괜찮을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3윌(.. 더보기
우리 내면의 악을 넘어서는 신앙의 언어, 예수의 평화 이 글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가 공동주관했고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 한백교회, 향린교회, 강남향린교회가 공동주최했으며, CBS 저널, 시민의신문, 뉴스앤조이가 후원했던 '평화포럼'(팍스로마나 팍스아메리카나 팍스크리스티아나)의 마지막 다섯 번째 강연(2003.5.16)의 원고이고, [주간기독교]에 게재되었습니다. -------------------------------------------------------- 내면의 악을 넘어서는 신앙의 언어, 예수의 평화 21세기 들어 미국이 벌인 두 차례의 전쟁은 강력하게 정치 세력화한 미국의 근본주의적 기독교의 신념과 깊이 연루되어 있다. 선과 악이 .. 더보기
동성애 문제를 보는 한 시각 - 민주주의의 문제로서의 동성애 문제 이 글은 한백교회 담임전도사 시절에(아마도 1995년 8월 13일) 교인들과 함께 예배로 토론했던 것을 토대로 하여 그해 [살림]지(구체적인 호는 미확인)에 기고했던 것이고, 후에 나의 책 [반신학의 미소](2001)에 재수록하였다. -------------------------------------------- 동성애 문제를 보는 한 시각민주주의의 문제로서의 동성애 문제 1 최근 동성애 문제가 갑작스레 우리들 사이의 대화에 자주 오르내린다. 그것은 몇몇 대학에서 동성애자 동아리들이 결성되는 것을 기점으로, 많은 잡지들이 이에 관한 보도 인터뷰 논쟁 등을 게재하고, 뒤이어 TV와 라디오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는 프로들이 속속 방영됨으로써 일순간에 우리의 주의를 끌게 된 탓이리라. 게다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더보기
아름다운 세상의 봄을 보고 싶다 이 글은 [월간 콩반죽] 2006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아름다운 세상의 봄을 보고 싶다 언제부턴가 봄을 애절하게 그리는 일이 낯설다. 따뜻하게 자고 든든한 식사를 마치면 버스 정류장이나 전철역까지 가는 한 겨울의 길이 마치 봄날 산책 같기 때문이다. 밤새 서늘했던 사무실도 조금 지나면 약간은 후덥지근 하기까지 하니 강물도 언 영하 10도의 한파도 예전 같지 않다. 기온에 관한 수치(數値)와 그것을 체감하는 감각은 이렇게 서로 엇돌곤 한다. 겨울과 봄에 관한 지난 시절의 상상은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익스플로러 아이콘을 클릭한다. 대부분이 스팸인 메일을 검색하고, 빠르게 ‘진짜’와 ‘가짜’를.. 더보기
동해시 허름한 여관에서 떠올린 눈의 고장 이 글은 [씨네21] (2008 02 29)의 '내 인생의 영화' 코너에 실린 것입니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50322 ----------------------------------------------------- 동해시 허름한 여관에서 떠올린 눈의 고장 가장 훌륭한 요리사는 ‘시장기’라고 한다. 거기에 추억이 가미되면 ‘맛의 기억’은 오래도록 저장된다. 할머니와 단 둘이 서울 변두리, 신주택지로 막 개발되던 농촌 마을의 빈 집에서 살던 어린 시절의 한때―그 동네엔 집이 여섯 채 있었는데 우리를 포함해 두 가구만 사람이 살고 있었다―할머니가 끓여준 고추장찌개의 맛을 잊을 수 없다. 옆 마을 밭에서 사온 양파 조금과 고추 조금 그리고 감자 조금이 전부인.. 더보기
그 실수가 아름답다 이 글은 [샘터] 34/7(2003 7)에 실린 글입니다. ----------------------------------------- 그 실수가 아름답다 어느 날 동네의 한 초등학교 담이 헐렸다. 예비군과 민방위대의 비상소집 장소였던 그 ‘친숙한’ 장소는, 그러나 거의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다른 이유로는 방문할 일이 없는 ‘낯선’ 곳이었다. 담이 헐린 그 자리엔 화단이 가꾸어졌다. 교문은 그대로 있었지만, 화단 사이사이에 동네와 통하는 길들이 생겼고 그 근처엔 여러 모양의 벤치가 놓였다. 철봉이 있는 모래사장엔, 아이들이 쓸 것 같지 않은 제법 높은 평행봉도 설치됐다. 그리고 몇 곳에 수돗가가 새로 만들어졌다. 무엇보다도 내 눈을 끈 것은 ‘미끄럼틀’이다. 계단과 미끄럼대 외에, 오르막과 내리막의 .. 더보기
적대감의 극복과 화해 - 적대감 극복의 현실적 표현방식으로서의 화해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 (기독교여성평화연구원 1993), 25~32쪽에 게재된 것 ---------------------------------------------------------------------------------------------- 적대감의 극복과 화해적대감 극복의 현실적 표현방식으로서의 화해 1 이른바 ‘문민시대’가 도래하였다고들 한다. “우리 역사에서 이만큼 ‘건전한’ 정부가 있었던가”라고 반문하는 어느 ‘여성’(與性) 학자의 말이 상당히 개연성 있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화해’니 ‘적대감의 해소’니 하는 말들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는 와중에서 새로 출범한 학생단체의 몇몇 집회에서는 이른바 ‘폭력적’ 시위가 있었고, 급기야는 시위현장에서 경찰 한 사람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