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엠 립 여행기 둘째날(2013.11.13) 아침(2) - 여행 첫날 시민단체를 방문하다
그녀는 워크홀릭이다.
내가 아니라 그녀가 말이다.
아침 식사 마치고 두둑한 배를 두두리며 호텔 밖으로 나왔다. 하루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간 보는 행동이다.
호텔 정문 바로 맞은편, 그러니까 4미터쯤 되는 길 건너편에 제법 멋진 집이 있다.
도대체 뭐하는 곳인가 궁금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두세 명의 남자와 두세 명의 여자가 있다.
들락날락 해서 사람들의 숫자가 명확하지 않다.
내 눈에 몇몇은 비슷해서 구분이 안 간다.
몇 마디 물으니 NGO 단체라고 한다.
이름은 캄보디아 아이들의 꿈 협회.(CCDO)
아이들에게 줄 음식과 옷, 책 등을 증여 받아 제공해준다고 등등...
내 실력으론 더 알아듣는 게 무리다. 1분 이내의 말안 약간 알아듣는 수준.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녀는 1분이 지나도 대충 알아듣는다.
실장쯤 돼 보이는 여성이 사집첩 두 권을 들고 와 보여준다.
초등학교 사진도 있었는데, 아이들이 만들었다는 장식물이 교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장면에 그녀가 꽂혔다.
손가락으로 사진을 가리키며 그 선생이 누구인지 묻는다.
약간 의아해 하던 실장님(?)은 책이 선생이라고 대답한다. 책을 보고 아이들이 만든 것이라는 뜻이겠다.
그 학교를 가고 싶다고 그녀는 말한다.
드디어 워크홀릭의 진면모가 나온다. 여행 첫날 아침, 그녀의 첫 행동이다.
실장님은 오토바이 두 대를 섭외해서 우리를 학교로 안내했다.
아직 사무실에서 그녀와 실장님이 대화를 할 때, 나의 눈길을 끈 것은 가는 곳마다 있는 자그마한 신전(?).
호텔에도 그것이 있었다. 매일매일 신들께 뭔가를 드리는데 오늘 호텔의 신전에 놓인 것은 크롸상 두 개.
그리고 이 NGO 사무실의 신전에 놓인 것은 물 두 병.
이곳은 물이 좀 비싸다. 호텔방에도 작은 물병이 네 개 있었는데, 두 병을 먹었더니 2.4$를 내야한다고 했다.
그것을 신들께 바친 것이다.
아마도 크롸상을 드신 신들보다 물을 드신 신들이 더 만족하지 않을까.
그녀들의 대화가 약간 끊긴 틈을 타서 물었다.
저 신이 누구냐고.
아무리 봐도 부처는 아니지만 혹 이곳에선 저런 모습의 부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전 인구의 95%가 불교인 사회인데, 다른 신을 집집마다 모신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부처는 아니었다.
실장님은 그 이름에 대해 뭐라고 말했는데, 하루를 보내면서 그만 잊었다.
아무튼 중국에서 온 신이라고 한다.
오직 한 신에게만 신앙심을 표현하도록 훈육된 우리에겐 낯설지만,
신들이 서로 경합하기도 하고 조화를 이루기도 하며, 신은 아니지만 대중에게 신이나 진배 없는 이로서 존재하는 부처가 함께 사는 세상은 적어도 기독교도들의 세상보다는 더 나아 보인다.
다른 이들이 함께 사는 세상이 그렇지 않은가.
아무튼 두 대의 오토바이에 나눠타고 실장님이 소개한 학교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