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2일 낮 12시55분 상하이행 비행기를 탔다. 목적지 씨엠 립을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다. 한데 인천에서 상하이까지, 그리고 상하이에서 씨엠립까지 걸리는 총 비행시간이 5시간인데, 상하이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무려 다섯시간 반이다. 그래도 2인 도합 100만원을 아끼려니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동방항공. 기내 서비스 항목에 커피 서비스가 없다.
낭패다. 나는 그 검은 액체가 보충되어야 정신이 드는데...
상하이 공항에 내리자마자 찾은 것은 커피숍이다.
이 공항은 새로 지은 청사다. 그래서인지 엄청 큰데, 시스템이 허술하다.
나와 같은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사람에 대한 공지된 체계가 없는지, 직원들끼리 우왕좌왕한다.
그들이 시키는 대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니 체력이 고갈됐다.
커피 보충이 간절하다.
공항 일반 청사로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커피숍을 찾았다.
어리숙하고 준비 없이 떠난 여행자에게 이 크고 낯선 장소는 방향계 없는 망망대해이고, 나는 조난당한 난파선이다.
저 멀리 coffee 글자가 보인다.
근데 너무 비싸 보이는 레스토랑이다.
종업원에게 가격을 물었는데, 서투른 영어 사용객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녀는 나보다 더 영어를 못했다.
그냥 반대편으로 무작정 걸었다. 저 멀리 아른거리는 실루엣이 커피쇼 같았다.
눈이 나빠도 그 6단어의 철자를 나는 잘 보는 편이다.
커피는 놀랍게도 맛이 없다.
그 향도, 그 씁쓸함의 매력도 없다.
소파, 테이블 모두 지저분하다. 새 청사라는데...
역시 한국 커피가 제일이다.
그래도 그 한 잔에 나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여행의 고단함에서 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문제는 정신 차리고 나서다.
커피 두 잔 값이 무려 90위안. 계산해보니 1만 6천원 돈이다.
이 맛 없는 커피 한 잔에 8천원이다.
이후 다섯 시간 반 동안 물 한 잔도 안 먹기로 했다.
커피숍을 나와 그 씁슬한 속을 감싸쥐고 공항 청사를 걸었다.
탑승구로 향하는 길.
새로 지었다는 청사는 황막하다.
마치 사막 같다.
커피 숍에서 한 시간 반을 보냈으니 이제 네 시간 남았다.
탑승구 쪽은 빈 의자가 많았다.
커피값도 좀더 싸다.
맛도 더 있어보인다.
하지만 90위안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에 참았다.
면세점 관광을 했다.
아무리 봐도 눈길을 끄는 상점이 없다.
게다가 조금만 머물면 영락없이 점원이 와서 먼저 가격을 말한다.
게다가 서투른 한국말로.
하나 같이 예쁜 외모와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성들인데,
주머니에만 관심을 둔 여성에게 끌릴 남자는 별로 없다.
그녀들의 아쉬워하는 눈길을 뒤로하고 번번이 뒤통수만 보여야 했다.
면세점 거리를 지나 27번 탑승구 앞. 저기로 들어가면 씨엠 립 행 비행기가 기다린다.
하지만 아직도 세 시간이 남았다.
자 작가는 어느새 잠들었다.
안대까지 하고. (초상권을 고려해서 흐릿한 사진으로 대체함)
수면 중에도 가방을 꼭 쥐고 있다.
그 안에는 그녀의 생명과도 같은 카메라가 들어 있다.
비행기는 한 시간이나 늦게 출발했다.
네 시간을 가야 씨엠 립 공항이다.
그러면 현지 시각으로 새벽 한 시는 넘을듯.
역시 기내에선 커피가 없다.
심지어 먼지가 많은데, 휴지도 안 준다.
바지 입은 스튜어디스. 그 자태가 매력적이다.
게다가 다소곳함을 연기하지 않는 당당함이 좋았다.
근데 티슈, 넵킨, 심지어는 몸언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그녀,
게다가 되묻지도 않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 그녀.
먼지가 너무 많아 기침과 콧물로 보낸 네 시간은 결코 행복할 수 없었다.
가장 놀랐던 것은
착륙하기 직전, 상황을 몰랐던 나는 화장실을 다녀왔고 벨트도 매지 않았는데 그녀들은 객실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씨엠 립 공항
김수한 선생은 어제 공항 세관에서 1불을 요구하는 직원을 무시하라고 했다.
팔장을 끼고 그의 요구를 모른 채 했다.
몇초만 넘기면 된다.
그의 도장이 여권에 찍히고 나서야 씨엠 립의 땅을 밟았다.
그러니까 서울 나의 집을 나온 아침 8시부터 시작해서 목적지의 하늘을 보고 공기를 마시고 땅을 밟기까지 19시간 걸렸다.
초겨울 차림으로 열기가 덮쳐오는 캄보디아 밤길을 30분이나 지나서야 호텔에 닿았다.
첫날은 힘겨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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