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폭정종식 그리스도인 모임 시국논평으로 2025년 첫번 째 컬럼으로 기고된 것이 나의 글이 되는 영광을 얻었다. 일정상 그랬으니, 첫 번째 글이 된 것은 얻어 걸린 셈이다. 하지만 새해 맞이가 그리 편한 상태는 아니다.
모두가 그렇듯이 아직 윤석렬표 쿠데타가 끝나지 않았고 그것의 여파로 굉장한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으니 걱정이 태산이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 발간 '한국사회, 인종주의, 그리고 기독교'(가제)에 수록할 예정으로 쓰고 있는 꽤 긴 글을 마무리하는 데 정신이 없다. 의도치 않게 이 글도 이승만의 계엄에 관한 것이니, 지난해와 올해는 한국사회를 엉망으로 만든 두 주범의 무모한 폭력성에 관한 얘기로 끝나고 시작하고 있다. 그 탓에 이 컬럼도 이제야 올린다. [에큐메니안](2025.01.02)에 실렸다. [베리타스]에도 소개되었다.
"위기를 견뎌야 할 기회의 시간" : 교계/교회 : 베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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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견뎌낼, 그리고 기회인 시간
계엄은 대통령의 가장 극단적 통치행위에 속한다. 그만큼 형식적이고 실질적인 요건이 대단히 엄격하다. 한데 이번 계엄사태의 주모자들은 계엄의 합법적 형식을 갖추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거의 없었다. 그들은 계엄이라고 말했지만, 실상은 쿠데타를 도모한 셈이었다. 대통령이 주도한 것이니, 그것을 규정하자면 ‘친위쿠데타’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방식은 ‘내란’이었다. 전 세계로 생중계된, 군인과 경찰의 국회 장악 영상은 그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그 후에 밝혀진 무수한 직간접 증거들에도 내란의 혐의는 의심의 여지없다. 하여 지난 27일 김용현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구속・기소되었다. 피의자 중 첫 번째다.
한데 수사과정에서 새로운 혐의가 포착되었다. 이자들은 북한의 군사행동을 유도하려는 도발을 수차례나 실행에 옮겼다. 자칫하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위다. 심지어 미군의 전략적 군사시설인 사드(THAAD) 기지, 그리고 전략폭격기와 최고성능 전투기가 배치된 공항들을 테러하려 했다는 충격적 제보가 접수되었다. 이것은 ‘외환죄’에 해당한다.
근데 이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이 실패한 쿠데타의 주범들이 러시아나 중국을 겨냥한 모종의 도발행위도 기획했다는 제보가 전달되기도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자들은 한국뿐 아니라 전 인류, 아니 지구 전체의 안전에 치명적인 위해가 되는 위험천만한 짓까지 도모한 셈이다. 즉 그들은 국제적 전쟁범죄의 피의자일 수도 있다. 아무튼 상상할 수 없었던 이런 엄청난 모의를 꽤 치밀하게 기획한 흔적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한데 더 놀라운 일은, 그렇게 치밀하게 모의된 쿠데타 기도가 불과 2시간 40분 만에 제지되었다는 사실이다. 각성된 시민사회와 야당 국회의원들이 그날 한국을 구했고 한반도를 구했으며 전 지구를 구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못지 않은 평화의 사도들이 한국의 국회의사당 안팎에서 위대한 일을 했다. 그렇게 빠르게 말이다. 골방 안에서 숨죽이며 뉴스만 응시하고 있던 나는 온몸으로 쿠데타를 막아낸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기꺼이 내 마음속의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다.
이후 거의 한 달이 되었다. 이제 뒤처리는 제도가, 시스템이 맡으면 되었다. 한데 내란 주범임이 확실하고 외환죄로도 기소될 가능성이 농후한 윤석렬은 기소는커녕 수사기관에 출두하지도 않았고 근무지와 자택의 압수수색도 당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공모자 혹은 잠재적 공모자들이 결속하는 징후가 역력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극우적 시민 세력도 속속 결속하고 있다. 또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원화 환율의 심리적 저항선이 여지없이 뚫렸고 기약없이 치솟기만 하고 있다.
쿠데타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신속하게 처리하여 정상을 회복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는 국가 시스템은 그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거의 멈추어 있었다. 시스템을 작동해야 할 주요 행위자들인 정부와 여당의 주요인사들의 노골적인 배임행위로 국가가 작동불능 상태에 놓인 탓이다.
그러는 사이 한국을 향해 국제적 투기자본이 몰려들고 있다는 풍문이 자자하다. 곧 그들의 총공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위기론이 팽배하다. 한국은 GDP 세계 10위권에 근접한 경제규모의 나라다. 한데 쿠데타 사태로 그 막대한 자산이 깡통이 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투기자본에게는 대박이다.
저 굶주린 야수들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자산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1997년의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불길한 진단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물론 이 국가적 위기는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무게로 부가되지 않는다. 책임의 크기에 따라 가중치가 붙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많이, 더 가혹하게 재앙의 화염이 퍼부어진다. 수많은 소시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차가운 거리로 내몰릴 것이고, 수많은 기층대중이 생사의 갈림길 언저리로 내팽겨쳐질 것이다.
이런 위기에 대응하여 책임 있게 국가를, 사회를 지키려는 정부는 부재한 상황이다. 그들이 이 사회파탄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하여 지금은 최대한 빠르게, 사태 수습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정권이 대두하도록 로드맵이 짜일 필요가 있다. 국민 다수의 동의와 협력을 받을 수 있는 정부의 출현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런 변화에 불만이 있는 이들은, 그럼에도 지금의 국난을 책임져야 할 이들에게 그것의 극복 책임을 위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 시민사회에는 오랜만에 사회적 공공성을 지향하는 거대한 민주연대가 형성되었다. 민주계열의 정치권도 오랜만에 공공성을 가진 정치세력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민주연대는 지금 위기와 기회의 시간을 맞고 있다. 쿠데타 세력과 그 동조자들이 초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견뎌내야 할 시간이며, 동시에 그런 반민주세력을 척결할 기회의 시간이 도래했다. 우리에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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