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위기관리 정책에 피해자는 없다 한겨레신문 2010년 9월 27일자 칼럼 원고입니다. -------------------------------- 그 위기관리 정책엔 피해자는 없다 삼일 지나서 대피소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물이 찼던 흔적이 담벼락을 타고 가로로 새겨있다. 내 키 정도가 잠겼다. 유출된 석유가 물위에 떠 있던 탓에, 잠겼던 흔적 제일 윗선에 거무스름한 선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다. 아직 반지하층엔 천장까지 물이 가득 차 있었고, 양수기로 물을 퍼내는 데만 이틀 걸렸다. 1층인 우리 집은 무릎 높이만큼의 물이 들었다. 나무로 된 가구들은 다 버려야 했다. 전기제품, 쇠나 플라스틱 물건들, 책들은 닦아내고 말렸다. 바닥과 벽을 수도 없이 닦고 또 닦았다. 하지만 물에 닿은 벽지나 물건들은 결코 본 모습으로 되돌려지지 않았다. 그렇.. 더보기 이전 1 ··· 598 599 600 601 602 603 604 ··· 67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