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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교회건축과 시민적 공공성

[한겨레신문]의 '야! 한국사회' 코너에 실린 칼럼원고.(201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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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건축과 시민적 공공성

 

 

사랑의교회 신축 문제가 논란이다. 많이 알려져 있듯이, 논점은 지하에 위치한 예배당의 일부가, 교회의 건축부지가 아닌, 공공도로의 지하공간을 점용한다는 데 있다. 더구나 이와 동일한 사례를 허용하지 않는 대법원 판례까지 있으니 서초구청이 허가한 것에 의혹이 생길만 하다.

교회 측의 설명에 따르면 점용료와 기부채납을 약정하였으니 구청의 허가는 특혜시비거리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유사한 방식의 공공 공간의 점용 요청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서초구청 측은 대답을 피했다. 사실상 이 일로 허용과 불허를 가르는 원칙이 모호해졌음을 공인한 셈이다.

이 모호한 원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법은 규명하지 못할 수 있다. 아니 필경 못할 것이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답을 알고 있다. 그 허용과 불허 사이에는 권력이 있다. 실제로 이 교회 건축위원회에는 현직 감사원 고위공무원, 전직 은행 총재 등이 포함되었고, 교회 기공식에는 현직 여당 국회의원이 참여했다. 또한 이 교회의 교인들 중에는 고위 정치인, 법조인, 기업인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부지기수다.

교회가 이들을 활용하여 실제로 어떤 권력게임을 벌였는지 알아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러한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만으로도 교회는 이미 권력을 부당하게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관청의 허가를 둘러싼 메커니즘은 항상 명시적으로 작동하는 것만은 아니다. 더 권력적 수단을 가진 자들일수록 일일이 설명하고 압박을 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이 청원자들일 때 관공서는 특별한 압박 없이도 압박을 받게 마련이다.

관청의 법적 허가의 메커니즘은 대개 이렇게 작동한다. 사랑의교회 건축허가를 둘러싼 논란 속에는 합법성 여부와 함께 바로 이러한 의혹과 문제의식이 게재되어 있다.

사랑의교회 측은 이런 의혹의 문제틀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해서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민을 배려하는 데에도 큰 신경을 쓰고 있음을 강변하려 애쓴다. 교회 건축기금으로 교회 앞 도로를 8미터에서 12미터로 확장하고, 공사로 인한 소음과 먼지를 최소화하려는 데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각종 부속시설을 시민사회에 개방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이는 교회가 교인의 사적 공간만이 아니라 공공적 장소이기도 함을 선언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점에서, 이제까지 교회건축 관행과는 다른 측면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데 문제는 그것으로 의혹이 다 해소될 수 없다는 데 있다. 가장 근원적인 것은 공공도로의 지하공간을 점유한 시설이 다름이 아닌 예배당이라는 데 있다. 예배당은 교회의 모든 시설물 가운데 가장 종교적인 특성이 강한 곳이다. 즉 이곳은 결코 공공적일 수 없다. 그런데 하필 그곳이 공공도로의 지하에 설계되었다. 하여 이 문제는 공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사이의 여백이 없다.

그런데 그 교회가 존재하는 한 예배당은 없어서는 안 된다. 그 교회가 존속하는 한 이곳은 항상 사적공간이어야 한다. 즉 관공서는 이 교회의 건축허가와 함께 공공적인 것을 영원히 사적으로 점유하도록 허용한 셈이며, 교회는 아무리 공공적인 영역을 확대한다 해도 반드시 공공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공간을 사적으로 전용하게 되는 셈이다.

지구화 시대를 맞아 국가와 자본이 공공적인 것을 사적인 것으로 전용하려는 움직임이 현저하다. 공공적인 것은 빠르게 침탈당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마저도 그러한 사유화의 흐름에 한 선례가 되고 있다는 것, 그것은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