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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교회 건축과 파산 난 개신교

[한겨레신문] '야!한국사회'에 실린 칼럼(201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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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건축과 파산 난 개신교

 

 

또 다시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무분별한 부동산 피에프(PF,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낳은 부실 탓이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제까지 역대정권들은 부동산 경기를 부추겨왔다. 그리고 MB 정부는 그 극한을 보여주었다. 한데 거품을 가득 품은 부동산 풍선은 대폭발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 징후의 하나가 저축은행 사태겠다. 그리고 다른 징후들도 곧 터져 나올지 모른다. 그것들은 필경 야무지게 대비하지 않으면 이번처럼 재앙에 가까운 사태를 낳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거품을 한껏 머금은 사람들의 욕망은 그다지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은 듯이 보인다. ‘놀랍게도교회들도 그러하다. 아니 놀라울 건 없다. 개신교 교회에서 청빈이니 검약이니 신앙적 가치를 찾는 이는 이미 별로 없을 테니 말이다.

사랑의교회를 비롯해서 할렐루야교회 명성교회, 새문안교회, 온누리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광림교회, 금란교회, 영락교회 등 대형교회들이 줄줄이 수천억에서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교회 건축 프로젝트를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이 점에서 금액은 작지만 중소형 교회들도 다르지 않다.

마치 교회는 교회 건축을 목표로 움직이는 조직처럼 건축에 목을 맨다. 실제로 교회의 자산 운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건축이다. 교회 건축은 일반 건물보다 비용이 더 든다. 게다가 거의 모든 교회가 자산 규모에 비해 상당히 과한 예산을 책정하여 건축을 계획한다. 그리고 실제에서는 그것을 훨씬 상회하여, 종종 거의 두 배에 이르는 비용이 지출된다. 교회는 건축에 있어서 일사불란한 기능적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설계 구조 변경, 자재 변경 등이 잦으며, 자재 관리 또한 효과적이지 못한 탓이다.

이 모든 비용은 헌금으로 충당한다. 하지만 헌금은 장기간 분산해서 기부되는 것이므로 실제 건축비는 은행대출을 통해서 이뤄진다. 큰 규모의 대출금이다. 그것은 매달 부과되는 이자액을 통해 교인들을 압박한다. 그것은 매달 쉴 틈을 주지 않고 교인들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 두는 효과가 있다. 하여 교회의 건축은 신앙생활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교회당을, 주위의 다른 교회를 압도할 만큼 크고 화려하게 지으면, 그만큼 새 교인이 많이 찾아왔다. 교회가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교회 건축 불패의 신화는 한국 개신교도들의 신앙심과 깊게 결착되어 있다. 그것은 교회의 웅장함과 화려함이 교회를 찾는 이들을 끌어들이는 유인 조건이 된 덕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교인들을 성장에 총동원하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는 시기와 거의 같은 때에 교회 건축의 거품도 붕괴되었다. 교인은 줄고 있는데, 거품이 빠진 사회의 만성 불황 상황은 사람들에게 현실의 고통을 견뎌내는 내적 잠재력을 소진시켰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탓이다. 이럴 때 사람들은 종교를 찾는다. 한데 그 종교는 안정감을 선사하는 종교다. 성장주의를 위해 교인을 총동원하는 피곤한 종교가 아니다. 한국 개신교가 발전시켜온 신앙양식의 구조적 위기인 것이다.

하나 더 얘기하자. 교회의 건축은 종종 지역의 재개발과 함께 수행된다. 알다시피 대부분의 재개발은 지극히 토건적 이해와 맞물리면서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환경을 훼손하고 토착민들을 추방한다. 또한 배려의 심성보다는 욕구의 심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이자 결과가 재개발이다. 교회는 그런 욕구의 경제에 선봉에 있었다. 그러니 교회가 위기는 자업자득이다. 하여 기독교도들은 이제 교회 건축에 관한 진지한 신앙적 자기반성의 요구에 직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