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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교단정치는 교회를 움직이지 못한다

[경향신문] 2020/07.18 '사유와 성찰' 코너에 실린 칼럼(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718030005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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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정치는 교회를 움직이지 못한다

 

차별금지법 제정 국면, 개신교의 반대운동이 조용하다

교단정치 중심부가 추동하는 반대운동의 영토는 고독한 섬이 되고 있다

 

이번엔 정의당이 발의했다. 한데 정부나 거대정당의 발의했던 과거보다 저항은 강렬해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차별금지법 반대 전선의 최전방에는 개신교가 있었다. 이번에도 예외 없다. 한데 다른 종교나 시민사회의 동조가 시원찮다. 실은 개신교도 전에 비해 그리 맹렬하지 않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파(예장통합) 총회장 발의로 성명서가 나왔고,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감독회장직무대행 명의의 입장문이 나왔으며,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가 주최한 기도회가 열렸다. 몇몇 목사들은 설교를 통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인사들을 향한 조직적이거나 개별적인 문자나 전화 공격이 있다. 그 정도다. 이제까지 차별금지법 제정 논란에서 이번처럼 조용한 교회 모습은 낯설다.

코로나19로 비대면예배 국면이 계속되는 현상이 저항의 조직화를 최소화한 듯하다. 하지만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반대운동은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국가인권위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거의 90%에 달하는 시민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공감을 표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도 거의 같다. 지난해에 실시한 한국갤럽의 조사도 압도적 다수가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한국갤럽은 시계열분석도 제시하였는데, 2001년부터 2014년까지는 가파르게 찬성 기조가 증가했고, 그 이후부턴 정체 및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다고 한다. 한편 아산정책연구원이 2015년에 발표한, 2010년부터 2014년까지의 성소수자 인식조사도 빠르게 찬성 기조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컨대 신뢰도 높은 조사들은 한결같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압도적 다수임을 말하고 있다. 또 시계열 분석이 시도된 조사들에 따르면 2014년까지는 그런 기조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그 이후에도 완만하게나마 증가세에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 주목할 것이 하나 더 있는데, 각 종교인들의 인식에 관한 것이다. 개신교인이 타종교인과 비종교인보다 차별금지법 반대 비율이 높았지만, 개신교조차 차별이 부당하다고 보는 이들이 10퍼센트 이상 더 많았다.

여기서 우리는 의문에 빠진다. 더 많은 신자대중이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데, 교단정치의 중심으로 갈수록 왜 반대 주장에 적극적인가.

우선 가장 간단한 이유는 교단정치의 중심부 인사들이 대개 60대 이상의 남성이기 때문이다. 남성 노인은 개신교뿐 아니라 사회의 어느 범주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배타성이 더 강하다. 물론 개신교의 경우 더 배타적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교단정치 중심부가 목사와 장로들의 영역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개신교 엘리트정치가 판을 치는 공간이다. 권위주의 정치를 정당화하는 전통과 해석이 집중된 장(field)인 것이다.

반면 지역교회는 사정이 다르다. 과거에 비해 지역교회에서는 목사들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갖는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었고 반면 신자대중의 기호나 의사가 미치는 힘은 현저히 강화되었다. 하여 목사들 대부분은 신자대중의 취향과 생각을 거스르는 언행을 더 조심하게 되었다. 엘리트정치는 약화되었고 대중정치가 강화되었다. 물론 신자대중이 언제나 더 공공적이라거나 진보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대중정치가 언제나 더 옳다는 것도 아니다. 단지 추세가 그렇다.

오늘날 성소수자 인식에 있어서 신자대중은 개신교의 낡은 편견보다는 새로운 변화에 공감하고 있다. 하여 지역교회 차원에서는 차별금지법 반대전선에 나서기를 꺼린다. 반면 엘리트정치가 여전히 강한 힘을 발휘하는 장인 교단정치 영역에서는 낡은 편견을 진리로 해석하는 전통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한데 정부나 정당은 아직도 90퍼센트 대중보다 교단장들의 성명서 한 장에 흔들리곤 한다. 그들이 모르는 것은, 오늘날 지역교회는 교단정치보다 신자대중의 영향력에 더 크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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