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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음의 차별금지법’이라도 필요하다

[경향신문]  2020년 6월20일자 '사유와 성찰' 코너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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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차별금지법이라도 필요하다

 

성폭행이나 재산비리 같은 권력형 범죄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소수자 혐오를 공공연히 자행하는 목사들의 종교는 어떻게 처벌할까

 

장로교에 대해 더 많이 비판적이었지만, 오늘 나는 감리회에 대해 심사가 뒤틀렸다. 며칠 전 읽은 기사 때문이다. 감리교 경기연회에서 젊은 목사 한 사람을 재판에 회부했는데, 그 징계 정도가 대단히 엄중했다. 그에게 부가된 법조항에 의하면 그가 받을 징계는 정직면직출교 중 하나다. 출교는 교회법이 가할 수 있는 최고형이며, 면직은 목사직 박탈을 의미한다. 그리고 정직은 일정기간 목사직의 중지를 뜻한다.

도대체 그가 받은 혐의는 무엇일까? 2019831, 인천 퀴어문화축제 때에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것이 그의 죄목이다. 그의 소명에 의하면 좌절하고 절망하거나 목숨을 끊기까지 하는 이들에게 당신의 모습 그대로를 하느님이 기쁘게 맞이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고 한다.

의아했다. 이것이 중징계의 사유로 적절한가? 곧바로 나는 인터넷에서 감리회, 목사 범죄, 재판을 키워드로 검색해보았다. 너무 많다. 해서 이번에는 감리회, 목사, 대법원으로 검색했다. 대법원에서 유죄임이 확정된 목사들의 범죄 사건에 대해 감리회 재판국이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알고 싶었다. 예상대로 성폭행, 고액의 재산비리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임이 최종확정된 사건들에 대해서도 감리회 재판국은 징계를 유보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니까 감리회 재판국에 의하면 저 젊은 목사가 성폭행이나 재산 비리를 저지른 목사들보다 더 중한 죄를 지었다고 보고 있다는 얘기다.

도대체 이런 법 적용에 대해 누가 공감할 것인가? 그 교단의 신자들은 어떨까? 내가 알고 있는 감리회 목사들과 신자들 몇 명에게 물었더니, 모두 예외없이 그 법 적용이 부적절하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법 자체는 문제가 없을까. 감리회의 교리와 법규 편람인 교리와 장정 2019’의 일반재판법 38항과 52항에서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해 정직면직출교로 중징계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흥미롭게도 마약법 위반과 도박이 동성애와 병렬로 나열되어 있다. 그 병렬의 근거는 무엇일까? 내가 아는 한 병렬로 적시된 성서 구절은 없다. 아니 동성애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는 소수의 구절들에 대해서조차 성서학적으로 합의된 의견은 없다. 즉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이 교단 교리의 근거는 무엇인가? 성서에도 근거가 약하고, 시민사회의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심지어 신뢰할 만한 조사들에서도 동성애를 불편하게 보는 기독교 신자들까지도, 그것이 불이익의 사유가 된다는 데 반대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근거는 무엇인가?

신학적이든 윤리적이든 다수를 설득할 근거나 약하다면, 그 교리는 균형감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그것을 흔히 독선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것이 고통당하는 이들을 애틋하게 여기면서 그 고통을 나누고자 했던 젊은 목사를 중징계하겠다는 논리가 되었다. 근거가 약한 성소수자 문제와는 달리, 성서에서 제일 중요한 신앙 항목의 하나였던 안식일에 대해, 사람이 안식일 때문에 억압당하고 부당하게 죄인이 되어야 한다면 안식일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예수의 주장이 아닌가.

몇 년 전 여러 교단의 이단심판관들이 내가 속한 교단의 목사를 이단으로 지목하면서 그녀를 출교하라는 공문을 보낸 적이 있다. 인권의식의 발로였는지는 의심스럽지만, 다행히 그 공문은 무시되었다. 그 무시가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전향적 조치로 이어지길 바란다.

아무튼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기는 이들이 개신교 목사 가운데는 여전히 많다. 그들은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자제할 줄 모른다. 한데 성폭행이나 재산비리 같은 권력형 범죄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소수자 혐오를 공공연히 자행하는 목사들의 종교는 어떻게 처벌해야 할까. 많은 나라들의 헌법에 존재하는 차별금지법이 아직 없는 나라에선 시민들의 마음의 차별금지법이 작동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