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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경향신문] 2020년 10월17일자 '사유와 성찰' 코너에 실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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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신자들이 이탈하고 있다. 코로나는 그렇게 마른 풀이 되어버린 교회에 지른 불과 같다.

화염에 휩싸인 교회, 그러나 교단들의 총회에서 지도자들은 딴정만 부린다.

 

매년 9월 말은 대부분의 개신교 교단들의 총회가 열린다. 거대교단의 경우 총대(총회대의원)15백 명이 넘고, 그밖의 교단들도 1천 명 안팎이나 된다. 총회는 하루 종일 혹은 이틀간 한 장소에서 벌어진다. 당연히 올해 그런 총회가 열릴 수는 없다. 아니 일부 교단은 강행하려 했다. 하지만 전광훈 사태 이후 악화된 여론 덕에 온라인총회로 열렸다. 시간도 반나절 만에 끝냈다.

각 교단의 총회자료집에 실린 교세통계를 종합하면 지난해 교인 총수는 전년에 비해 약 2.3퍼센트 감소했다. 지난 몇 년간의 교단총회 자료집들을 분석하면 개신교 교세는 2011년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추세에 있다. 매년 평균 감소율이 1.8퍼센트쯤 되니 지난해 감소는 조금 폭이 큰 셈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의외로, 완만하게 감소했다.

이상은 각 교회가 소속교단 총회에 제출한 교회보고서를 교단별로 종합한 것이다. 물론 이 보고서를 작성한 이는 각 교회의 목회자들이다. 즉 이 통계는 목회자들이 말하는 교인수 추세다.

그렇다면 코로나 파동 속의 교회 출석 상황은 어떨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파 총회가 소속교단 목회자들 1,135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말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예배 출석률이 60퍼센트 가까이 감소했고,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되면, 꽤나 회복되겠지만, 20퍼센트 정도 줄어들 것이 예상된다고 답했다. 이것 역시 목사들이 말에 의거한 것이다. 예배 출석률이 그렇다면, 목사들은 신자 감소율도 20퍼센트 정도 될 것으로 추정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한데 신자들이 말하는 것은 사정이 다르다. 2017년도의 한국목회자협의회(한목협)의 조사에 따르면 그해 예배 출석률은 23퍼센트 이상 감소했다. 그때는 시민들의 촛불혁명이 한참 열기를 뿜던 시기였다. 요컨대 꼴보수이미지가 강했던 개신교 교회에서 이탈하는 이들이 꽤나 많았다는 뜻일 것이다. 한데 코로나 시대는 꼴보수이미지에 박약한 공공의식을 가진 종교라는 낙인까지 더해졌으니 그 불신의 정도는 훨씬 심각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규범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었던 탓에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닦달하는 이도 거의 없었고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지도 않게 되었으니 출석률의 감소는 훨씬 더 했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리서치가 한목협 조사와 같은 시기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종교인 중 6퍼센트만이 종교집회에 나갔다고 답했다. 이는 가톨릭 신자와 불교 신자 모두가 종교집회에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도 개신교 교회의 출석률은 40퍼센트가 아니라 15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한 신자들의 대대적인 이탈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벌써 10년 가까운 추세가 그러했다. 교회의 영성은 점점 마른 풀처럼 건조해져 가고 있었다. 코로나는 여기에 지른 불과 같다. 교회는 화염에 휩싸였다. 애써 외면해왔지만, 기어이 폭발했다. 재앙이다.

이런 재앙적인 사태를 개신교의 각 교단총회는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 올해 교단들의 총회 논의에서 교세 감소 문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 굳이 연관시키자면 전광훈의 이단성에 관한 안건이 있었다. 아직도 이단이냐 아니냐 운운하는 게 가소롭다. 여전히 교회는 과거 누군가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던 때의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무튼 그런 같잖은 이단놀이가 어떻게 결론내려질 것인지는 전광훈과 각 교단 권력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니 우리의 관심거리는 아니다. 문제는 전광훈을 제물로 바치는 것으로 교회는 사회적 문책으로부터 사면될 수 있는가에 있다. 또 그것으로 상처받은 신자들의 응어리는 해소될 수 있는가에 있다.

교회와 교회 지도자들은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가. 부패하고 공공의식도 없으며 폭언을 남발하고 차별과 증오를 조장하며, 성공 욕구만을 충족하기 위해 휘청대며 질주하는 좀비가 된 종교의 모습은 오직 전광훈을 제물로 바치는 것으로 해소되는가. 이번 각 교단들의 총회도, 늘 그랬던 것처럼, 사과하라는 요구에 대해 탄청만 부리다 끝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