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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또 다시 북풍?

[한겨레신문] 2012.3.22자 '야!한국사회'에 실린 칼럼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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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북풍?

 


지난해 11월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제주가 선정되어야 한다고, 수백억 원을 쏟아부으며 난리법석을 떨었던 정부가 불과 두 달 후인 올 222,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느닷없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선언을 했고, 매우 저돌적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물론 제주 해군기지는 참여정부 때인 2007년에 결정되었다. 하지만 그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기에 기지 건설은 시작도 못한 상태에 있었고, 현 정부 들어 청와대는 이 문제에 직접적인 개입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무관심에서 무리한 강행으로 급변하게 되는 이유가 모호하다는 데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이유는 남방해역 안전, 해저자원 및 해양수송로 보호 등을 통한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의 증진이다. 한데 이것은 정권 말기에 만만치 않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서둘러 강행해야 할 만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럴 만한 긴급한 상황변화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현 상황은 그 반대다.

제주는 빠르게 국제적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고, 대거 몰려드는 중국관광객의 수가 제주도의 여행객 수용 능력을 상회하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또한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교역국인 데다, 그것을 더욱 확대하고자 한FTA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해군기지가 중국을 겨냥하는 미국 해군의 전략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충분히 예상되었던 것처럼, 중국 측에서 제기되었다. 요컨대 해군기지 건설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적어도 현 상황에서는 국익의 손해를 무릅써야할 중대한 사안이 있지 않는 한 진행하지 말아야할 것에 속한다.

이쯤 되면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왜 지금 청와대는 군사기지 건설을 강행하여야 하는가? 그런데 이 발표 이후 정부와 여당, , 보수언론, 그리고 극우 기독교 세력이 이 기지 건설 논란을 북한을 겨냥한군사적 안보문제로 몰아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종북세력 운운하는 말이 제주 해군기지와 관련해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해서 군사안보가 우선이고, 그것을 반대하는 것은 매국이라는 이분법이 횡행한다.

혹시나 또 북풍? 이런 의혹을 보태주기라도 하듯 군은 지난 2월말에 연평도 해상에서 해상사격훈련을 감행했다. 예상할 수 있듯이 남북한 양국 정부는 매우 자극적인 발언으로 상대방을 자극했다. 물론 어느 쪽도 위험한 군사도발은 하지 않았다. 말로만 보면 당장 전쟁을 벌일 것 같은 발언들임에도 말이다. 양편의 냉전적 세력이 서로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를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며칠 후면 천안함 사건 2주기가 된다. 당시 정부는 매우 빠른 속도로 조사를 진행하여 6.2 지방선거를 불과 열흘 앞두고 결과를 발표했다. 진위를 둘러싼 논란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을 만큼 의혹의 여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때에도 이 발표 직후에 정부와 여당, , 보수언론, 극우 기독교세력은 고강도의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냈고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했으며, 야당까지도 종북집단으로 몰아갔다.

다행히 북풍은 불지 않았다. 천안함 담론 같은 고강도 냉전주의가 휘몰아쳤음에도 정부와 여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나고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또 다시 그 짓을 하고 있는 듯한 의구심이 든다.

음모론은,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주역의 행보가 너무나 유치한 것이지만, 그런 방식으로 생각해야 하는 이들도 유치해지긴 마찬가지다. 한데 한국의 정부는 아직까지도 그런 유치한 생각에서 시민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이 정부는 자국 시민의 품격에 너무나 소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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