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의 '내 영혼을 울리는 한 마디' 코너에 실린 것.
2002년 초쯤으로 기억되는데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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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안다, 말 하나에 주검 하나
파울 첼란의 시 <밤으로 삐죽거리는>의 전 7연 중에 제6연이다. 시인 자신이 나치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숱하게 경험했던 것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가스실로 가는 대열에 속했던 그가 노무자로 팔려가는 대열로 몰래 옮겨가자 나치 장교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노무자의 대열에 속한 한 사람에게 죽음의 선고를 내린다. 말 한마디로.
일상의 일부인 말, 그래서 숨쉬기만큼이나 쉽게 던질 수 있는 말. 그 말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깨달은 시인은 평생을 ‘말 하나에 주검 하나’를 낳은 폭력의 세계와 싸웠다. 그리고 쉰 살의 나이에 자신의 언어와 함께 스스로를 수장시켰다. 자기가 살아남아 있음이 곧 그 저주받은 세계의 일원임을 의미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일까? 자기가 죽어야만 말의 저주에서 풀려난 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일까? 적어도 나는 그의 자살을 이렇게 이해한다.
말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이의 아름다움을, 우리는 언제나 깨달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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