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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추천사_《무엇이 좋은 도시를 만드는가 – 공공신학과 도시교회》

새로운 교회와 도시 공공성 문제로 고민하는 일단의 성공회사제들이 번역출판한 책 [무엇이 좋은 도시를 만드는가 - 공공신학과 도시교회]에 추천사

알라딘: 무엇이 좋은 도시를 만드는가 (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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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_

무엇이 좋은 도시를 만드는가 공공신학과 도시교회

(일레인 그레이엄&스티븐 로 지음)

 

 

근대사회의 전개는 도시의 형성에 의존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국가의 근대사회로서의 성격은 그 국가의 중심도시()이 어떻게 구축되었는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아 왔다.

근대 절정기를 주도했던 국가는 영국이었다. 그런데 그 영국은 20세기 이후 빠르게 무너지고 있고, 1980~1990년대에 오면 근대적 사회체제의 해체와 재구축 현상이 급격히 구조화되었다. 바야흐로 후기근대적 전환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당시 가장 결정적인 후기근대적 기획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다른 기획들도 열정을 뿜어내고 있던 시기가 바로 이 시기였다.

그중 하나가 도시재생운동이다. 쇠락한 근대적 도시, 이제는 근대의 매력보다는 추함이 응축되어 있는 공간이 된 그곳을 인간과 존재와 비존재, 이 모든 것들 간의 상생적 소통이 일어나는 장(fields)으로 변모시키려는 시도다. 다양한 영역에서 각 범주들이 따로 또 같이도시재생운동에 동참했다. 교회도 그중 하나였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도시재생운동에 참여한 영국교회의 활동양식과 해석의 흔적을 담고 있다.

이런 사회역사적 맥락을 감안하면서 책 속에서 드러나는 혹은 숨겨진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하나의 독서법일 것이다. 하지만 더 좋은 독서는 그 이상이어야 한다. 이천년대 이후, 특히 IMF사태 이후 한국사회는 급격한 사회해체와 재구축의 도정에 있다. 그 속도가 이제까지 어느 도시들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하다. 또 그 양상도 다른 도시들과 매우 다르다. 그 속에서 한국의 교회들은 어떤 역할을 해왔을까. 특히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한국교회의 역할을 점검하고 전망을 모색해보는 일은 매우 절실하다. 독서자는 바로 이런 자리에서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한편 코로나 팬데믹 이후는 또 하나의 변곡점이다. 이제까지 근대적 도시성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의 하나였던 몸의 역학의 위상이 격하되고 있다. 과거 정신의 역학을 대체한 신체성은 무수한 소비재 산업의 표적이었고 수많은 사회적 지표의 중심 요소였다. 또 민주주의와 복지도 몸의 사회성의 맥락에서 전개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근대 이후의 신학은 몸의 역학을 담론화하고 실천을 구성해내는 데 집착해왔다. 한데 코로나 사태 이후 몸의 역학을 약화시키는 새로운 양상들이 발기하고 있다. 특히 신체 없는 커뮤니티현상은 매우 빠르고 광범위하게 사회를 해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몸을 매개로 하는 비대칭적 연결망이 만들어 놓은 차별과 배제의 사회성이 가장 집중된 곳은, 말할 것도 없이, 도시다. 또한 신체 없는 커뮤니티들을 만들어내는 초연결의 네트워크에에는 새로운 성격의 차별과 배제가 작동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는 이런 변화의 맥락에 서 있다. 이런 변화를 직시하면서 독자는 이 책이 미쳐 말하고 있지 못한 목소리를 읽어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