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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통령의 공범들 ‘정략’ 대신 ‘속죄’를

이 글은 [경향신문] 2016년 12월 9일자 '사유와 성찰'에 실린 칼럼원고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2092026035&code=990100

실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 결과를 잘못 예측하고 쓴 글을 수정하느라 신문 인터넷판에 게재 밤 늦게까지 다시 손보아야 했습니다.
원래 글은 아래 첨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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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공범들 정략대신 속죄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차이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그러나 전날까지만 해도 28표를 둘러싼 치열한 정쟁이 숨 막히게 진행되었다. 누구도 그 결과를 장담하지 못한 채 머리를 굴리고 가슴을 졸이며 자신에게 유리한 뭔가를 기획했다.

JTBC가 이른바 태블릿PC 보도를 처음 했던 것이 1024일이다. 그날 이후 모든 언론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특종기사들을 쏟아냈다. 불과 한 달 반 만에 박근혜 대통령과 그 주위의 일당들이 헌법을 위반하고 국정을 농단하며 인권을 유린해왔음이 명명백백해졌다. 하여 전 국민의 90%가 대통령이 직무를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고 78.2%가 탄핵을 찬성했다.

민의는 명백하다. 더 이상 머리 굴릴 것도, 가슴 졸일 것도 없다. 한데 국회는 마지막 순간까지 혼돈에 빠져 있었다.

그런 일이 하도 많아 별로 놀랍지도 않지만, 대통령 탄핵이 화두이니 2004년 때의 탄핵 정국을 상기해 보자. 그때는 71%의 국회의원이 탄핵에 찬성했다. 한데 당시 민의는 30.9%만이 탄핵을 지지했다. 반대는 무려 65.2%였다. 국회의원의 직업병은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것인가?

당시 민의를 무참히 유린한 정당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당에서 28명 이상이 찬성해야만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들이 최후로 내걸었던 조건이 있다. ‘대통령 7시간을 탄핵안에서 삭제하라는 것이었다. 전직 당대표였던 이는 그것은 탄핵 안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정농단, 뇌물수수, ‘갑질등등 모든 사유가 없어도 수백명의 자국민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떠한 적극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합당한 사유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국민 대다수는 탄핵에 찬성했을 것이다. 그런데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을 수행하는 자가 그것이 탄핵 안건이 아니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한 정부 인사들의 생각과 그의 생각은 무엇이 다른가.

물론 이것은 그 ‘7시간때문에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말이었겠다. 하지만 국민 열 명 중 여덟 명이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일, 전 세계에서 거의 유례가 없을 만큼 많은 국민이 매주 거리에서 목 놓아 외치는 그 일에 반대한다면 그 당은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을 자격이 없다. 또 그런 상황에서 자당 국회의원들을 설득할 능력이 없어 탄핵안 수정 요청이나 하는 이도 민의를 최고의 가치로 섬겨야 하는 국회의원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

최후까지 정략에 골몰하던 그들은 국민의 엄중한 명령 앞에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정당의 모든 사람들이 해야 할 것은, 이 탄핵 국면에서 용케 치명상을 당하지 않고 정치인으로 살아남을 방도를 찾아 머리 굴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에게 속죄하는 일이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2004년 탄핵을 주도했던 한 의원이 삼보일배 속죄를 하면서 무릎 관절이 심각하게 손상된 것만큼, 아니 그 이상 속죄의 행동을 해야 한다.

다른 선택은 없다. 탄핵 국면에서 어떤 조건을 걸거나 변명도 할 권리가 그들에겐 없다. 왜냐면 헌법을 위반하고 수많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대통령과 함께했던 정당인 이상 대통령과 그 주변의 일당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그들도 역시 공범이기 때문이다.

모든 독일인은 나치가 저지른 만행으로 긴 시간 동안 속죄해야 했다. 물론 독일 국민이라고 변명할 것이 없었겠는가. 그것은 당시 유럽의 지배질서를 책임졌던 이들 모두가 연루된 비극이 아닌가. 그럼에도 역사가 판정한 심판대에서 유죄로 판명된 이상 독일인은 속죄해야만 하는 존재가 되었다.

지난주 한 목사가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그는 국민을 둘로 나누고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다른 편을 향해 독설을 퍼부어 댄 막말의 대마왕이었다. 그는 통합보다는 저주의 전문가고 반공 이념몰이의 사도다. 그렇다면 그는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국민통합을 도모할 것인가? 필경 이념 마케팅을 드라이브하여 반공적 기독교계를 재결속하고 보수적 세력들을 모아 또다시 국민을 양분함으로써 탄핵 국면을 반전시키려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것이 그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청와대 행보는 도처에서 엿보인다. 그런데 대통령의 이런 국민 양분 전략에 대해 또다시 쓴소리를 하지 못한다면, 그 정당은 탄핵 소추된 대통령처럼 국민에 의해 퇴출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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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원고)


‘28명의 정략대신 속죄!

 

28표를 둘러싼 치열한 정쟁이 탄핵투표 당일 마지막 순간까지 숨 막히게 진행되었다. 누구도 그 결과를 장담하지 못한 채 머리를 굴리고 가슴을 조이며 자신에게 유리한 뭔가를 기획했다.

JTBC가 이른바 태블릿PC 보도를 처음 했던 것이 1024일이다. 그날 이후 모든 언론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수많은 특종기사들을 쏟아냈다. 불과 한 달 반 만에 박근혜 대통령과 그 주위의 일당들이 헌법을 위반하고 국정을 농단하며 인권을 유린해왔음이 명명백백해졌다. 하여 전 국민의 90%가 대통령이 직무를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고 78.2%가 탄핵을 찬성했다.

민의는 명백하다. 더 이상 머리 굴릴 것도 가슴 조아릴 것도 없다. 한데 국회는 마지막 순간까지 혼돈에 빠져 있다. 국회는 또 다시 민의를 대변하고 있지 않다.

그런 일이 하도 많아 별로 놀랍지도 않지만, 대통령 탄핵이 화두이니 지난 2004년 때의 탄핵 정국을 상기해 보자. 그때는 71%의 국회의원이 탄핵에 찬성했다. 한데 당시 민의는 30.9%만이 탄핵을 지지했다. 반대는 무려 65.2%였다. 국회의원의 직업병은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것인가?

두 번의 탄핵 사건에서 민의를 무참히 유린한 정당이 있다. 그런데 그 당에서 28명 이상이 찬성해야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단다. 그것을 위해 최후로 내걸은 조건이 있다. ‘대통령 7시간을 탄핵안에서 삭제하라는 것이다. 전직 당대표였던 이는 그것은 탄핵 안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정농단, 뇌물수수, ‘갑질등등 모든 사유가 없어도 수백 명의 자국 국민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떠한 적극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합당한 사유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국민 대다수는 탄핵에 찬성했을 것이다. 그런데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을 수행하는 자가 그것이 탄핵 안건이 아니라고 말했다. 세월호 사건을 교통사고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한 정부 인사들의 생각과 그의 생각은 무엇이 다른가.

물론 이것은 7시간때문에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말이었겠다. 하지만 국민 열 명중 여덟 명이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일에, 전 세계에서 거의 유례가 없을 만큼 많은 국민이 매주 거리에서 목 놓아 외치는 그 일에, 이 정당의 국회의원 154명 중 20%도 안 되는 28명의 동참자를 확신할 수 없는 사정이라면, 그 당은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을 자격이 없다. 또 그런 상황에서 자당 국회의원들을 설득할 능력이 없어 탄핵안 수정 요청이나 하는 이도 민의를 최고의 가치로 섬겨야 하는 국회의원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

지금 이 정당의 모든 사람들이 해야 할 것은, 이 탄핵 국면에서 용케 치명상을 당하지 않고 정치인으로 살아남을 방도를 찾아 머리 굴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에게 속죄하는 일이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 2004년 탄핵을 주도했던 한 의원이 삼보일배 속죄를 하면서 무릎 관절이 심각하게 손상된 것만큼, 아니 그 이상의 속죄의 행동을 해야 한다. 다른 선택은 없다. 탄핵 국면에서 어떤 조건도 변명도 할 권리는 그들에겐 없다. 아니 없어야 한다. 왜냐면 헌법을 위반하고 수많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대통령과 함께 했던 정당인 이상 대통령과 그 주변의 일당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그들도 공범이기 때문이다.

모든 독일인은 나치가 저지른 만행으로 긴 시간 동안 속죄해야 했다. 물론 독일 국민이라고 변명할 것이 없겠는가. 그것은 당시 유럽의 지배질서를 책임졌던 이들 모두가 연루된 비극이 아닌가. 그럼에도 역사가 판정한 심판대에서 유죄로 판명된 이상 독일인은 속죄해야만 하는 존재가 되었다.

지난 주 한 목사가 대통령직속 국민화합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그는 국민을 둘로 나누고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다른 한 편을 향해 독설을 퍼부어 댄 막말의 대마왕이었다. 그는 화합보다는 저주의 전문가고 반공 이념몰이의 사도다. 그렇다면 그는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국민화합을 도모할 것인가? 필경 이념 마케팅을 드라이브하여 반공적 기독교계를 재결속하고 보수적 세력들을 모아 또 다시 국민을 양분함으로써 탄핵 국면을 반전시키려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것이 그가 가장 잘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청와대의 행보는 도처에서 엿보인다. 그런데 이런 대처를 보면서 154명 중 28명이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는 것을 장담할 수 없다면, 그 정당은 탄핵 국면의 어느 지점에서 국민에 의해 정치 영역에서 퇴출되어 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