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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뜻나누기(설교)

폭설 내린 날의 카니발적 상상력 이 글은 2001년 2월18일 한백교회의 설교원고다. 이 글을 나의 책 [반신학의 미소]에 싣고자 했으나 분량조정 과정에서 마지막 단계에서 빠졌다.---------------------------- 폭설 내린 날의 카니발적 상상력 사람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다음에는 장가드는 일도 없고 시집가는 일도 없이 하늘에 있는 천사들처럼 된다. -- 12,25 (공동번역 성서) 하루 종일 엄청난 눈이 내렸는데, 저녁이 다될 무렵 외출해야 할 시간이 됐을 때, 쏟아지듯 퍼붓던 눈이 거짓말처럼 완전히 그쳤다. 한산하던 골목길로, 사람들이 하나 둘 나와 눈을 치우기 시작한다. 그때 외출한다는 것은 미안한 일이지만, 이미 약속된 것이니 어쩔 수 없었다. 부삽질하는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비키면서 동네를 빠져나왔다. 지하.. 더보기
증오의 선동가 이 글은 한백교회 하늘뜻나누기 원고입니다.(2017 03 05) ---------------------------------- 증오의 선동가 부러뜨린 것은 부러뜨린 것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아라.―〈레위기〉 24,20 3.1절 기념식, 대립하는 두 편의 시위대는 각기 기념집회를 열었습니다. 한 편은 남산공원, 다른 한 편은 서울운동장. 기념식이 먼저 끝난 서울운동장의 군중은 거리행진을 시작합니다. 그들이 남대문을 지날 때, 남산공원의 집회에 참석한 이들의 일부와 마주칩니다. 누가 먼저였을까요? 확인할 길은 없지만 양 편의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투석전을 벌이고 일부는 육탄전에 돌입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경찰이 발포합니다. 허공을 향해서가 아니라 시위대를 향한 지향사격입니다. 서울에서만 일어난 것이.. 더보기
히에로스 가모스 이 글은 2017년 02월 5일에 했던 한백교회의 설교원고입니다. ------------------------- 히에로스 가모스 ...... 너희의 딸들이 음행을 하고, 너희의 며느리들이 간음을 한다.너희 남자들도 창녀들과 함께 음행을 하고, 창녀들과 함께 희생제사를 드리는데, 너희 딸들이 음행을 한다고 벌하겠느냐? 너희 며느리들이 간음을 한다고 벌하겠느냐? 깨닫지 못하는 백성은 망한다.―〈호세아서〉 4,13~14 유다국 서기관들은 요시야 대왕의 명에 따라 예언자들의 신탁들을 수집하여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대왕께서 예언자들의 신탁서 편찬을 바랐던 것입니다. 과거의 예언자들이 대왕의 나라를, 그 나라에 둔 야훼의 뜻을 미리 예언하였음을 만백성에게 선포하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예언자들의 신탁들을 두루 살피던.. 더보기
목이 잘린 암탉 (설교원고) 연세대학교 수요예배(신과대 & 연합신학대학원) 설교(2015. 11. 11) ------------------------------------- 목이 잘린 암탉 그러나 아직 끝은 아니다―〈마가복음〉 13,7 〈그을린 사랑〉(2010)은 레바논 내전(1975~1990)의 비극을 다루는 영화입니다. 이 전쟁은 이스라엘의 후원을 받고 있던 기독교 우파 세력 대 팔레스타인 난민 자치정부인 PLO와 연결되어 있던 이슬람 좌파 세력 간에 벌어진 내전입니다. 이 전쟁의 와중에서 나왈 마르완(Nawal Marwan)이 겪은 얽히고설킨 비극들, 그리고 그로 인한 그녀의 극한적 고통에 관한 이야기가 영화의 줄거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기독교도 집안의 딸인 그녀는 팔레스타인 사람인 남편이 오빠에게 살해되고, 가문의 수치로 간.. 더보기
감찰자의 안식일 연세대학교 수요예배(신과대 & 연합신학대학원) 설교(2015. 10. 07) ----------------------------- 감찰자의 안식일 사람들은 예수를 고발하려고, 예수가 안식일에 그 사람을 고쳐 주시는지를 ...... 지켜보고 있었다.(〈마가복음〉 3장 2절) 서기 132년 바르 코흐바(Bar Kochba)가 이끄는 유대인들의 반란은 3년이나 지속되었고, 그 치열함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반란이 진압당한 이후 벌어진 보복은 너무나 잔혹했습니다.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 역사가 오랜 동안 팔레스티나 밖에서 이어져야 할 정도였지요.하드리아누스 로마 황제(재위 117~138)는 두 번이나 반란을 일으킨 이스라엘인들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토라의.. 더보기
풍족한 가난 (설교원고) 연세대학교 수요예배(신과대 & 연합신학대학원) 설교(2015. 10. 14) ------------------------------------------ 풍족한 가난 그 날에는, 비록 한 농부가 어린 암소 한 마리와 양 두 마리밖에 기르지 못해도 그것들이 내는 젖이 넉넉하여 버터를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사야서〉 7,21~22a 온 국토가 르신의 말발굽에 난도질당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예루살렘뿐입니다. “왕의 마음과 백성의 마음이 마치 거센 바람 앞에서 요동하는 수풀처럼 흔들렸”습니다.(〈이사야서〉 7,2) 장인(스가랴 왕)의 나라 이스라엘은 연이은 쿠데타로 갈가리 찢겨진 채 다마스커스의 국왕 르신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나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이스라엘의 왕 베가의 군대에 왕자 마아.. 더보기
혐오주의에 반대하다 (설교원고) 이 글은 연세대학교 수요예배(신과대 & 연합신학대학원) 설교(2015. 11. 04) 원고입니다. ------------------------------------------------- 혐오주의에 반대하다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몸이지만, 많은 사람을 얻으려고,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었습니다.―〈고린도전서〉 9,19 북아프리카 출신 10대 소년이 내게 시간을 물었습니다. 그 아이는 내 스마트폰을 퍽치기 할 계획이었던 모양입니다. 프랑스에 13년째 거주하는 어느 미술작가는 자기가 당한 스마트폰 퍽치기 사례를 알려주었습니다. 집시소녀 셋은 팀이 되어 나의 가방 지퍼를 열었습니다. 책밖에 없던 덕에 그녀들의 계획은 실패했습니다. 3일째 마주친 동유럽 이민자로 보이는 남자는 밤이 되.. 더보기
[하늘뜻나누기] 시나이는 '없다' 그런데 많은 대형교회 목사들은 여전히 말을 함부로 하는 습성을 지우지 못했습니다. 또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막말과 김삼환 목사의 막말은 그 전형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한일합방과 한국전쟁이 하느님의 뜻이었다고 했고, 세월호 침몰이 하느님의 경륜이었다고 말했지요.(본문 중) * 한백교회 하늘뜻나누기(2014년 6월 15일) 원고입니다. 시나이는 ‘없다’ 너희가 어떻게 “우리는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요, 우리는 주님의 율법을 안다” 하고 말할 수가 있느냐? 사실은 서기관들의 거짓된 붓이 율법을 거짓말로 바꾸어 놓았다.―「예레미야서」 8,8 최근 몇몇 대형교회들이 교회 정관을 개정했거나 개정하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특히 올해 초 사랑의교회의 정관 개정 문제가 .. 더보기
[하늘뜻나누기] 축복과 망각 "5.18 민주항쟁 34주기에 우리는 또 한 번의 대대적인 희생자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세월호의 죽음으로 인해 들려오는 소리들입니다. 실은 5.18 당시에는 그런 소리 자체가 금지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5.18을 둘러싼 ‘위대한 소리들’에 감추어져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습니다. 전 국민이 아니 전 세계가 그 생생한, 날것 상태의 울부짖음을 들었고, 함께 고통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본문 중) *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4주년 기념 새길교회 설교(2014년 5월18일) 원고입니다. --------------------- 축복과 망각 네가 나에게 복종하였으니,세상 모든 민족이 네 자손의 덕을 입어서, 복을 받게 될 것이다.-「창세기」22,8 하느님이 명을 내.. 더보기
[하늘뜻나누기] 사과하지 못하는 사람들 "세월호 사건은 우리사회의 총체적 부실의 산물입니다. 그것은 몇몇 무책임한 선원들의 문제만도 아니고, 이상한 기업 혹은 종파의 잘못된 경영 방식의 문제만도 아니며, 몇몇 정부 기관과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민간 기관들의 부실과 비리의 문제만도 아닙니다. 사건의 진상에 다가갈수록 양파껍질 벗겨지듯 더 높은 곳, 더 강한 곳과 이 문제들이 얽혀 있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본문 중) * 한백교회 하늘뜻나누기(2014년 5월 11일) 원고입니다. ---------------- 사과하지 못하는 사람들 "얘야, 번제로 바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손수 마련하여 주실 것이다."두 사람이 함께 걸었다.- 「창세기」22,8 배가 기울고 있다는 딸의 문자를 받은 아빠는 구명조끼를 입고 침착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