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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잉여의 시선’으로 공공성의 인문학을 꿈꾸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와 우리신학연구소, 한신대 평화와공공성 센터가 기획한 책 [잉여의 시선으로 본 공공성의 인문학](이파르, 2011)에 실린 맺음글.

이 책의 목차는


머리글       

연규홍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1_고통

백소영            잠재성잉여라 부르는 세상에서

엄기호            이것은 우리 잘못이 아냐!세 청년의 이야기

2_저항, 하나. 제도에 흠집내기

백소영               청()년의 패러디 문화, 잉여짓 혹은 잠재적 혁명성?

김수환               너희가 병맛을 아느냐?웰 컴 투 더 <이말년 월드>

엄기호            학생들과 무슨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고백에서 증언으로의 전환

구미정                 김예슬 선언에 나타난 엑소시즘지구화 시대의 시장 귀신 내몰기

김강기명        청(), 그리고 몰락의 정치홍대 앞 두리반과 청()년의 집합행동

3_저항, . 제도를 창안하기 또는 포섭하기

이규원             촛불과 팬덤팬덤의 정치화 또는 정치의 팬덤화

유승태             단기 선교와 자발적 섬김지구화 시대 개신교의 주체화 형식

경동현             카리스마 운동이 추구하는 신앙과 공공성지구화 시대 천주교의 주체화 형식

정용택             자기를 이야기하는 청(), 세계와 적대하는 인간

 맺음글 

김진호                잉여의 시선으로 공공성의 인문학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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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의 시선으로 공공성의 인문학을 꿈꾸다

 

 

 

 

출발_콜로키움

 

한신대 평화와공공성센터가 주최하고 우리신학연구소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주간하는 콜로키움이 20101011, 18, 25, 세 차례에 걸쳐 열렸다. 큰 주제는 지구화 시대 청()년의 고통과 공공신학이다. 그리고 각 콜로키움의 소주제는 아래와 같다.

 

1차 콜로키움_지구화 시대 한국사회의 주체화 프로그램과 청()년의 공동체 체험촛불과 팬덤을 중심으로

2차 콜로키움_지구화 시대 기독교의 주체화 프로그램과 청()년의 공동체 체험단기선교(개신교)와 카리스마 성령운동(가톨릭)을 중심으로

3차 콜로키움_좌담: 지구화 시대 청()년의 고통과 공공신학

 

이 콜로키움에 전제된 선행적 문제의식은 지구화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가 심각한 공공성의 위기 아래 놓여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한 것은 공공성의 위기가 낳은 고통(social pain)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라는 물음이다. 특히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개별행동이 아니라 집단행동(collective behaviors)에 있다. 곧 집단행동을 분석하고, 그것이 공공성의 위기로 인한 (사회적) 고통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해석하려는 것이다.

공공성의 위기와 집단행동들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해명하는 것은 대체로 집단행동에 관한 연구에서 생소하다. 대개는 공공성의 위기로 인한 고통을 다루는 연구(A)가 별도로 진행되고 있고, 집단행동의 직접적이고 시사적인 배후에 관한 논의들이 따로 다뤄진다(B). 그러나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이 두 논의를 결합시키되, 시사적 배후에 관한 논의를 고통과 연계시키는 중범위 수준의 연구(studies of the middle range).(C)



우리는 이 작업을 두 범주로 나누어 접근했다. 하나는 교회 밖의 집단행동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교회 안의 집단행동이다. 특히 이 두 범주에서 집단행동의 파장이 있고 참여자들의 자발성과 적극성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사례들을 주목하였다.(촛불행동, 개신교의 단기선교, 가톨릭의 카리스마 운동 등) 이들 사례들을 분석적으로 다룸으로서 위기에 직면한 이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재주체화하게 되었는지를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묻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의의 및 한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한편 이 콜로키움의 주제에서 보듯, 우리가 주목한 고통 및 집단행동의 주체는 ()이다. 애초에 우리가 표기했던 것은 ()()인데, 편의상 ()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왜 하필 청()년에 초점을 두느냐 하면, 이들은 지구화가 중심이 되어 촉발하고 있는 공공성의 위기를 가장 극렬하게 몸으로 체현하는 연령적 범주이기 때문이다. 즉 위기를 행동화하여 재주체화의 모험에 뛰어들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연령적 층위다.

첫 번째 콜로키움에서는 팬덤 현상과 촛불집회 초기국면의 집단행동(이하 촛불행동’)을 통해 청소년의 존재론적 위기와 공공성의 문제를 살피고자 했다. 발제자는 팬덤과 촛불행동의 연계성에 관한 생소한 가설을 입증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것은 촛불행동을 촉발한 직접적인 시사적 배후를 물어왔던 종래의 논의 지형과는 다른 문제의식으로 우리의 사고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팬덤은 청()년의 하위문화 현상에 속한다. 즉 그것은 공공성을 결여하고 있는 비주류적인 청()년 담론을 형성한다. 하지만 자본이 마케팅의 대상으로 청()년의 팬덤 현상을 활용함으로써 그들의 비주류적 하위문화가 주류문화와 접촉 가능성이 넓혀졌고, 이에 대한 청()년의 역마케팅은 어떻게 청()년의 하위문화적 행위가 주류사회를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렇게 하여 청()년은 공공성 형성 과정에 개입하게 된다.

나는 발제자의 글에서 팬덤과 촛불행동 사이의 연계성을 분석함으로써 촛불행동의 직접적이고 시사적 배후에 관한 물음보다는 좀더 넓은, 우리의 표현으로는 중범위적문제의식으로 우리의 생각을 펼칠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본다. 비록 발제자는 팬덤과 청()년의 고통, 이 두 요소의 상관성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그러한 생각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발견한다.

두 번째 콜로키움에서는 개신교의 해외단기선교와 가톨릭의 카리스마 성령운동을 중심으로 교회에서의 청()년의 주체화에 관하여 논의했다. 개신교 측 발제자와 가톨릭 측 발제자는 서로 합의하여 작업을 진행하면서, 배경과 양상을 달리하는 두 가지 주체화 프로그램에서 공통된 함의를 발견했다. 공히 두 운동은 지구화 시대 정체성의 위기에 대응하는 다양한 시도 가운데 우연한 성공을 거둔 사례들에 속한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발제자들은 이것들이 공공성 모색을 위한 대안적 행동으로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맺고 있다. 그것은 도리어 새로운 체험과 적절히 결합되는 신앙 모델을 만드는 데 실패했고(가톨릭), 기존의 교회적 주체화 모델에 회수되고 말았다(개신교).

요컨대 촛불행동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사회적 공공성의 형성에 개입하는 청()년의 주체화 양식 혹은 그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면, 가톨릭과 개신교의 주체화의 행동들은 공공성 논의에 개입하는 새로운 주체화 모델이 될 수 없었다고 평가한다.

 

확장_기획서

 

그런데 이 콜로키움을 기획하면서 우리가 가졌던 암묵적인 문제의식은 우려였다. 헤어나기 힘든 고통에 직면해서 낙망에 빠져 주저앉아버리지 않고 적극적인 자기 형성의 행동을 한 청()년의 집단행동은 우리를 고무시키지만, 어쩌면 그것조차도 권력에 회수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다. 어떡해든 청()년에게서 희망의 징후를 읽어내고자 설레발친 우리의 조급함이 권력의 위력을 과소평가하고 과잉해석된 허황된 낙관주의에 빠지게 하는지도 모른다는 우려인 것이다.

하지만 콜로키움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우려와 함께 기대를 품게 되었다. 아무리 권력이 점점 진화하고 때로는 전지전능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틈새들이 여전히 도처에 있다는 것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음을 재확인 하게 된 것이다. 생각의 창의성이 그 틈새를 발견하는 행동의 창의성과 만났다.

놀랍게도 청()년의 집단행동에서 그것을 읽어내고자 했던 연구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시선을 빌려, 우리의 콜로키움을 보완하려는 시도가 필요했다. 이 책은 이렇게 기획되었다. 특히 이른바 잉여짓이라는, 지구적 권력의 체제들이 퇴출시켜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행위목록들을 재전유하여, 체제의 구성 능력에 흠집 내는 놀이들이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그중의 몇 가지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이 책에 담아내었다. 또한 야유와 냉소의 전략보다는 좀더 적극적인 항거의 기록도 담아보았다.

이 책은 이러한 논의들을 탈주체화라는 컨셉으로 묶어놓았다.(2) 이 책이 주목하는 공공성의 위기가 주로 주체의 위기로 나타난다고 할 때, 그로 인한 고통을 넘어서려는 집단행동들은 재주체화를 지향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재주체화의 행동들은 고통을 감내하거나 극복하게 해주는 내적 자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재주체화를 향한 행동들은, 앞서 우리가 우려했듯이, 지구적 권력의 체제에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지구적 권력 체제가 공고히 전 세계를 자기들의 방식으로 구성하기 위한 운동 속에 포섭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수한 저항을 흡수해 녹여버리는 지구적 권력의 용광로가 점점 더 열기를 뿜어내고 있음에도, 그것을 야유하며 혹은 정면으로 저항하며 나타나는 매우 독창적인 행동들, 그 일부를 우리는 탈주체화의 기록으로 이 책 속에 남겨두고자 했던 것이다.

한편 이러한 탈주체화의 기록들은 고통에 관한 보다 면밀한 분석과 해석을 전제로 할 때만 의미가 있다. 이 책의 제1부는 바로 그러한 연구들을 묶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제3부는 재주체화의 기록들이다. 이것은 탈주체화를 전제로 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탈주체화의 모험을 생략한 채 벌어지는 재주체화의 프로그램들이 넘쳐난다. 그것을 분석하고 비평하며, 우려와 기대를 함께 발견해보는 작업들이 여기에 담겨 있다.

 

_공공성의 인문학

 

이 책은 지구화 시대 공공성의 문제를 청()년에 포커스를 두고 다루었다. 이제까지 공공성에 관한 인문학적 논의들, 특히 공공성 문제에 큰 비중을 두어왔던 신학적 논의들은 대개 큰 이야기에 치우쳐 있었다. 반면 우리는 구체적 문제에서 공공성의 문제를 읽고자 한다. 그 첫 번째 물음을 우리는 ()이라는 범주를 통해 제기하였다.

이것을 시발점으로 해서 우리는 공공성의 인문학을 향한 모험을 시작하려 한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 지금 여기서 우리가 벌이고 있는 집단행동들을 연결시키기 위한 인문학적 사유의 모험이 우리의 과제다. 그것을 통해서 지구화 시대에 공공성의 위기에서 공공성의 재구성으로 이행하는 체제의 변동과정에 비판적으로 끼어들고자 함이다. 하여 권력의 압도적인 세계 구성 능력에 흠집 내고, 공공성을 재구성하려는 과정과 결과 속에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성찰이 새겨지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