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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독교정당과 정교분리

기고한 원고의 원래 제목은 '기독교정당의 딜레마, 정교분리'인데, 한겨레 칼럼의 규정상 10자 이내여야 해서, 위와 같이 줄였습니다. (한겨레신문 2011.12.15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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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정당의 딜레마, 정교분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인 심창섭 씨는 담임목사도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정교분리의 원리가 한국에서 오도되었다고 주장했다. 말할 것도 없이, 전광훈 씨 등이 주도하여 창당한 기독교자유민주당에 대한 지원발언이다.
한국에서 근본주의적 기독교계 인사들이 기독교 정당을 만들려는 역사는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다. 당시 17대 총선을 앞두고 한국기독당이 창당되었고, 총선에 실패한 뒤 국민복지당과 합당하여 기독민주복지당을 만들었다. 4년 후 제18대 총선을 앞두고 사랑실천당이 창당되었고, 곧 기독민주복지당과 합당하여 기독사랑실천당을 만들었으나 또 다시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19대 총선을 앞두고 기독교자유민주당이 만들어졌고, 한 주 전(12.6) 기독사랑실천당과 합당을 선언했다.
이렇게 2004년부터 창당과 합당을 거듭해온 기독교정당들은 매번 정교분리에 관한 신앙적, 신학적, 법적 논란의 한 가운데 있었다. 한데 그들의 딜레마는 2004년 이전까지는 정교분리를 신앙의 원리이자 교회가 국가와 공존하는 사회원리로서 확신하고 있었다는 데 있다. 심창섭 씨가 속한 교단인 ‘예장합동’의 2007년 총회장이 되었던 이는 취임연설에서 정교분리는 원칙대로 고수해야 함을 선언했었다. 또 전광훈 씨가 속한 교단인 ‘예장대신’도 가장 적극적으로 정교분리를 고수해오고 있다.
1970년대 반독재투쟁을 하던 진보적 기독교인사들을 향해서 국무총리인 김종필 씨는 일부 기독교인들과 교회들이 정교분리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예장합동과 예장대신을 포함한 대다수 교단 지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정교분리에 배치되는 행동을 하는 이들을 이단이라고 성토했다.
그런데 이제 그런 주장을 강하게 폈던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기독교 정당을 주장하며 정교분리는 오랫동안 오해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생각이 바뀌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위기의식 탓이다. 가장 적극적인 기독교정당론자의 하나인 장경동 목사는 최근 법률들이 교회를 파괴하고 있다고 얘기하였다. 차별금지법의 동성애 문제, 사랍학교법 문제, 교회건축시설분담금(200제곱미터 이상의 건물을 지을 때 건축비의 20%를 부담하도록 하는 법률) 문제 등이 장 씨가 말한 교회를 파괴하는 법률의 정체겠다. 그들이 볼 때 이런 법률들이 제기되는 것은 ‘종북세력들이 준동하기 때문’이다. 하여 그들은 교회를 편파적으로 지원하는 국가의 역할에서부터 종북세력을 척결하는 것에 이르는 정강을 가진 정당을 선언하고 있다.
한데 이러한 황당한 정치를 주장하고 있음에도 어쩌면 이번 총선에는 원내진출자가 나올지도 모른다. 17대 총선에서 기독민주당이 1.07%를 득표했고 18대 총선에서는 기독사랑실천당이 2.59%를 얻었는데, 이번에는 3%를 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최근 기독교정당론자들의 각종 포럼, 워크샵, 대회 등에 참석하는 목사, 장로의 수가 현저히 늘었다. 교회지도자들이 결속하고 있다는 징후다.
그런 이들 한둘이 국회에 진출한다고 달라질 게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국회의원 한 사람이 사용하는 국민의 세금이 얼마인지를 감안하면 그 한둘도 아깝다. 더욱이 원내진출에 성공함으로써 얻게 될 저들의 자신감을 생각하면 심히 우려스럽다. 다만 정교분리라는 가면 뒤에 오랫동안 외면해온 공공적 가치를 신앙의 문제로서 토론할 수 있게 된 것은 천만 다행이다. 이 기회에 대형교회를 주축으로 하는 한국개신교의 독재자들이 공공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면 좋겠다. 그리고 이웃과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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