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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인디언’에서 ‘인디지너스’로의 전환의 길목 - 서툰 여행자의 캐나다 여행기 이 글은 보리출판사가 펴내는 '부모와 어른을 위한' 원간잡지 [개똥이네집] 170(2020 01)에 수록된 글. ---------------------- ‘인디언’에서 ‘인디지너스’로의 전환의 길목 서툰 여행자의 캐나다 여행기 나의 첫 번째 아메리카 대륙 여행지는 캐나다였다. 가장 날씨가 온화하다는 7월에 3주 동안이었다. 여행자로서 첫 번째로 인상 깊었던 것은 지평선이었다. 종일 차로 달려도 대지의 끝은 끝없이 연장되고 있었다. 물론 3주 동안 내리 차로 이동했어도, 이 거대한 나라 남부의 서쪽 편 두 개 주 몇 곳을 들른 것에 불과했다. 게다가 거의 들리지 않는 영어와 씨름하며 허우적댔던 까막눈의 여행객이 그 사회의 뒷모습에 대해 뭔가를 알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한데 아무리 들리지 않는 외국어여도.. 더보기
소위 ‘정교분리의 원리’라는 것의 해체에 관하여 이 글은 '종교인의 정치개입의 한계와 정치적 표현의 헌법적 통제 가능성'(종교자유정책연구원 주최. 2019.12.23.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송기춘 교수(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발제글 〈종교인의 정치적 활동과 표현의 자유와 그 한계〉에 대한 논평글입니다. 이 토론회의 발제글과 토론들은 http://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44688에서 동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발제글인 송기춘 교수의 글은 이 주제에 대해 손색없는 훌륭한 글입니다. 제가 여기서 공개할 수는 없으니, 글의 전문을 보려면 종자연에 문의해 보시길 바랍니다. 손 교수의 글에 대한 저의 토론문을 올립니다. ----------------------- 소위 ‘정교분리의 원리’라는 것.. 더보기
‘그런 회심’의 역사, 그 만들어진 기억에 대하여 [공동선] (2019. 01+02)에 실린 글 ------------------------- ‘그런 회심’의 역사, 그 만들어진 기억에 대하여 사울의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져 나가고, 그는 시력을 회복하였다. ―〈사도행전〉 9,18 바울의 인생에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는 순간을 〈사도행전〉 9장은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다마스쿠스의 그리스도파를 처단하겠다고 살기등등하게 나선 열혈청년 바울이 성에 거의 당도했을 무렵, 이제 드디어 그 일을 실행에 옮길 때가 왔다는 잔인한 설렘에 빠져 있던 순간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핍박하느냐?”는 음성과 함께 강렬한 빛이 그에게 뿜어 나왔고, 그는 실명하게 되었다. 한데 자칫하면 바울의 희생자가 될 수 있었던 다마스쿠스의 그리스도파 인사였던 하나니아스(Hana.. 더보기
‘성형사회’의 그리스도교 이 글은 '화쟁문화하카데미'가 주관하는 의 9번의 대화모임 중, 6번째 모임 때 발표한 것이고, 이것을 다듬어 계간잡지 [말과 활]에 게재되었고, 이 대화모임의 원고를 엮어서 낸 책 [지금, 한국의 종교 (가톨릭 개신교 불교, 위기의 시대를 진단하다)](2016)에 실렸다. -------------------------------------- ‘성형사회’의 그리스도교 성형사회 나는 우리사회를 이야기하기 위해 ‘성형사회’라는 레토릭을 사용하고자 한다. ‘성형’은 ‘몸의 변형’을 통한 개개인의 자기관리 행위에 관한 것인데, 이것을 ‘사회’라는 단어와 연결시킴으로써, 성형이라는 행위는 단지 개개인의 선택적인 욕구나 실천을 넘어서 거의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과도한 집단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 더보기
제주4.3사건과 에브라임-베냐민 내전(〈사사기〉 21~23장) 이야기 - 포스트콜로니얼 교차읽기의 한 사례 한반도평화신학포럼 2019년 어느 모임에서 발표했던 것을 다듬어서 [맘울림](2019 10)에 실었던 글 ---------------------------------------------------------------------------------------------------------------------------------- 제주4.3사건과 에브라임-베냐민 내전(〈사사기〉 21~23장) 이야기 포스트콜로니얼 교차읽기의 한 사례 교차읽기 ‘교차읽기’는 포스트콜로니얼한 문제의식을 담아내기에 유용한 독서 방식의 하나다. 다음 몇 가지 이유에서 그러하다. 첫째로 기존의 인습적인 해석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그 텍스트를 새롭게 읽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 교차읽기는 유용한 방법이다. 왜냐면 그 텍스트(텍.. 더보기
한국적 이야기 신학의 가능성 - 안병무의 《민중신학 이야기》의 영문판 출판을 기념하며 2019.10.14에 열린 에서 발표된 논평글. 떠 다른 논평은 최순양 박사가 맡았고, 수기 교수의 통역은 제자인 양권석 교수(성공회대학), 제닝스 교수의 통역은 제자인 한수현 박사가 맡음. 이 포럼은 크리스찬아카데미가 주관하고,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한국민중신학회, 심원기념사업회, NCCK신학위원회가 후원한 행사. 초청된 석학은 탈식민주의신학의 개척자인 수기따라자 교수(버밍햄대학)과 퀴어신학의 개척자인 테드 제닝스 교수(시카고신학대학)이며, 두 분의 발제의 초고는 파일로 첨부함. ----------------------- 한국적 이야기 신학의 가능성 안병무의 《민중신학 이야기》의 영문판 출판을 기념하며* 민중신학은 1975년부터 시작된 한국의 비판적 신학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출범을 선언하는 .. 더보기
망가진 무전기의 교신, 그것은 ‘시그널’이다, 예언이다 [공동선] 148호(2019 09+10)에 실린 글 ------------------------------------------- 망가진 무전기의 교신, 그것은 ‘시그널’이다, 예언이다 자, 우리가 ..., 그들이 거기에서 하는 말을 뒤섞어서, ...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창세기〉 11,7) 연쇄살인사건이다. 피해자는 11명, 모두 여성이다. 그녀들의 사망 시점은 1997년 가을부터 2014년까지 비교적 길게 분포되어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별다른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다. 생김새도, 옷차림도, 헤어스타일도, 신장도, 나이도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피해자들 간에는 공통점이 있다. 강간의 흔적은 없었고, 모두 머리에 검은 비닐이 씌워져 목 부분에 묶여 있었다. 그리고 목이 졸려 사망했다. 또 그 .. 더보기
무기여 잘 있거라 - 냉전적 동아시아 레짐 해체기의 국내외적 갈등과 증오를 넘어서 [영성생활] 58(2019)에 실린 글. 원고 분량이 초과해서 잡지에 기고할 때 잘라냈던 일부분이 첨가된 것임. ----------------------- 무기여 잘 있거라 냉전적 동아시아 레짐 해체기의 국내외적 갈등과 증오를 넘어서 성서 텍스트 읽기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다.” 성서의 평화주의를 상징하는 구절로 알려진 텍스트다. 성서에는 이 문구가 두 번 나온다. 〈이사야서〉 2,4와 〈미가서〉 4,3이 그것이다. 그 외에 이 구절과 정반대의 내용을 담은 문구도 하나 있다. 〈요엘서〉 4,10(개신교 성서본에는 3,10)에는 “보습을 쳐서 칼을 만들고 낫을 쳐서 창을 만들어라.”고 한다. 이것은 훨씬 후대의 것으로, 원래의 것에 대한 패러디다. 〈요엘서〉에 관해서는 이 정.. 더보기
존 프락터, 아서 밀러, 그리고 ‘586’ 2017년 11월5일 한백교회 하늘뜻나누기 원고로 썼던 것을 수정 보완하여 [맘울림] 2019년 호에 기고하였다. --------------------------------------------------------------------- 존 프락터, 아서 밀러, 그리고 ‘586’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희 열둘을 택하지 않았느냐? 그러나 너희 가운데서 하나는 악마이다.” ―〈요한복음〉 6,70 새뮤얼 패리스(Samuel Parris) 목사가 1692년 3월27일 세일럼빌리지의 교회에서 했던 설교의 성서 본문은 〈요한복음〉 6,70이다. 패리스가 하고 싶은 말은 예수의 제자들 가운데 악마가 있듯이 이 교회 안에도 악마가 있다는 것이다. 이때는 세일럼빌리지에서 마녀재판이 시작(1692.3... 더보기
‘증오의 정치’의 끝에는 모두의 재앙이 ...더보기 [공동선] 2019년 07+08월호에 실린 글 ------------------------------------------ ‘증오의 정치’의 끝에는 모두의 재앙이 1980년 5월21일은 ‘부처님오신날’이었다. 광주항쟁 4일째 되는 날이다. 그날 1시, 난데없이 애국가가 울렸다. 그리고 갑자기 무수한 총탄이 광장의 시민들의 살 속으로 파고들어 온몸을 헤집어 버렸다. 장갑차에서, 도청 옥상에서, 그리고 하늘을 휘젖고 날아다니던 헬기에서 자국민을 향해 총탄이 난사된 것이다. 자비를 가르친 부처님의 오심을 기념하는 날, 일단의 정치군인들은 자국 국민을 향해 학살극을 벌였다. 그 잔혹한 살기를 쏟아내는 신호음은 다름 아닌 애국가였다. 국가의 일원으로서 소속감과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는 합창곡이 학살의 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