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썸네일형 리스트형 아버지의 이름으로? - 예수가 왔다 한 포악한 왕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지고의 절대자라고 믿었고, 또 번번이 그것을 확인하고자 했다. 혹 누가 왕 자신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품격을 조금이라도 손상시킨다면, 고의든 실수든 간에, 왕은 이 사람을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점차 신하들은 ‘어떻게 하면 이 왕에게 지존무상다운 격식을 차릴 수 있을까’만을 궁리하게 된다. 그래서 날마다 열리는 어전회의 때마다 왕의 등장을 기리는 특별한 요식 절차가 벌어졌고, 점점 길고 복잡해져 갔다. 우선 왕의 등장 시에 불리는 수많은 칭송의 노래들이 있었다. 그 중에는 이런 노랫말이 있다. “지고하신 왕, 백성의 단 한 분이신 아버지, 진정한 구원자시여, 어서 납시오소서. 세상의 모든 골짜기가 메워지리다.” 그런데 그의 포악성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모반이 일어난다.. 더보기 누가 내 ‘대신’ - ‘대속 신앙’에 대한 하나의 상상 [공동선] 2019년 03+04월호에 실린 글-------------------------------- 누가 내 ‘대신’ ‘대속 신앙’에 대한 하나의 상상 나는 그를 내 곁에 두고 내가 복음을 위하여 갇혀 있는 동안에 그대를 대신해서 나에게 시중들게 하고 싶었으나,―〈빌레몬서〉 1,13 한 남자를 한 여자가 공항으로 마중 나온다. 4년 전에 그 도시를 떠났다가 잠시 들른 남자는 그 여자가 자기를 대신해서 묵을 호텔 예약을 할 줄 알았는데, 여자는 떠날 때까지 자기 집에 머물라고 한다. 그들은 어떤 사이일까?집에는 딸 둘과 어린 아들 하나, 그리고 동거 중인 남자가 살고 있다. 그리고 4년 만에 돌아온 남자는 그 여자의 남편이다. 4년 전에 그 남자와 여자는 별거를 시작했고, 4년 후 남자는 이혼 절차를 .. 더보기 3·1운동의 기억과 극우의 실패 [창비주간논평] 2019.03.07에 실린 글http://magazine.changbi.com/190306-2/?cat=2466-------------------------------- 3·1운동의 기억과 극우의 실패 탑골공원 뒷길 까페에 앉아 창밖을 몇시간째 바라본다. 태극기를 든 긴 행렬이 지나가고, 그 방향과 같거나 다르게 움직이는 행인들이 태극기를 손에 쥐고 수없이 오간다. 낯설다. ‘태극기집회’에서 흔히 보았던 이들과는 다른 풍모의 사람들이 적잖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세상이 달라졌나? 당혹감이 머릿속을 스쳤다. 서둘러 까페를 나와 그 대열에 다가가보았다. 이상하다. 과장된 비장함도, ‘증오’를 부추기는 구호도, 시끄럽게 내지르는 고함도 없다. 조곤조곤 정담을 나누며 걷는다. 그들에게 물을 것도.. 더보기 서론, 역사로서의 십계명 [가장 많이 알고 있음에도 가장 숙고되지 못한 ‘십계’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글항아리, 2018.2)의 서론.-------------------------------- 서론, 역사로서의 십계명 모세가 먼저 (…) 말을 거니, (…) 모든 이스라엘 자손이 그에게로 가까이 갔다. 모세는, 주님께서 시내 산에서 자기에게 말씀하신 모든 것을 그들에게 명하였다. ―〈출애굽기〉 34,31b~32 출애굽 이야기, 법 수령 설화와 만나다 먼저 이주하여 성공적으로 정착한 요셉 덕택에 이집트로 이주한 야곱의 식구들은 요셉과 그의 가족을 포함해서 70명이었다.(〈출애굽기〉 46,27) 한데 요셉의 형인 레위의 증손자 모세가 이스라엘을 이끌고 출애굽할 때는 성인 남자만 60만 명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출애굽기〉 12,.. 더보기 ‘그런 회심’의 역사, 그 만들어진 기억에 대하여 '창비'에서 3.1운동에 대한 기획서에 필자로 참여하게 되면서 이것저것 자료를 찾는 중에 길선주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가 3.1운동이 가장 활발히 벌어졌고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평안도 개신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었고, 1920년대 이후에는 그와는 정반대의 길에서 활약한 이라는 극적인 반전에 관심이 끌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개신교는 3.운동을 정점으로 해서 철저한 비참여의 종교가 되었고, 해방 이후에는 극우반공주의의 아성이자 독재정권의 열혈 지지자 역할을 했다. 해서 오늘날의 한국개신교 반공보수주의의 역사를 길선주를 상징적 중심으로 하는 3.1절의 기억의 정치로 살피면 되겠다는 심사였다. 그 논문은 한국사회사학회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심포지엄 에서 발.. 더보기 종교유민화 시대, 종교인으로 살기 [공동선](2018 11+12)에 실린 글.'정의 평화를 위한 기독인 연대' 평신도아카데미 제16기 강연원고.16기 아카데미의 주제는 '중독'이고다음과 같이 구성됨 제1강_ 불안의 상품화 / 홍승권(가톨릭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제2강_ 동물에게 시민권을? / 전의령(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제3강_ 진보는 어떻게 소비되는가? / 이택광(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 제4강_ 기독교인은 종교쇼핑 중독자? / 김진호 ----------------------------------- 종교유민화 시대, 종교인으로 살기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충만하게 되어서, 성령이 시키시는 대로, 각각 방언으로 말하기 시작하였다.―〈사도행전〉 2,4 위기의 늪에 빠진 교회 2018년 10월6일, 시청 근처 성공회성당에서 강의가 .. 더보기 전염된 고통, 위태로운 사회 [맘울림](2018.9)에 실린 글 --------------------------------- 전염된 고통, 위태로운 사회 네가 나에게 복종하였으니, 세상 모든 민족이 네 자손의 덕을 입어서, 복을 받게 될 것이다.―〈창세기〉 22,8 하느님이 명을 내렸다.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삭을 ...... 번제물로 바쳐라.”(〈창세기〉 22,2) 뒤늦게 낳은 귀한 외동아들이다. 이 아이를 통해 후손이 크게 번성하여 여러 민족의 조상이 되게 해주겠다는 하느님의 축복, 그 장본인이다.(〈창세기〉 17,16) 한데 하느님이 그 아들을 바치라고 한다.왜 하느님은 마음을 바꾸었을까? 아브라함이 뭔가를 잘못했기 때문일까? 욥의 친구들은 재앙을 당한 욥에게 그렇게 추궁했다. ‘당신이 받은 축복을 하느님이 철회한 것은 당.. 더보기 ‘사탄의 탄생’, 역사적 성찰의 종교성 한백교회 2010.01.10자 하늘뜻나누기 원고를 수정보완하여, [공동선] 2018 09+10에 게재함 ------------------------------------ ‘사탄의 탄생’, 역사적 성찰의 종교성 악마 하면 가장 먼저 어떤 이름이 떠오를까? 존 밀턴(John Milton)의 《실락원》을 인상 깊게 읽은 이들은 ‘루시퍼’(Lucifer)라고 말할 것이다.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낭만적 악마 ‘메피스토펠리스’(Mephistopheles)를 연상하는 이들은 아마도 꽤 독서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성서의 예수 설화에 종종 등장하는 ‘바알세불’(Beelzebul)도 있다. 혹은 ‘디아블로’(diablo)라고 소리치는 소년도 있을 것이다... 더보기 ‘수상한 평화’에 대한 반대 - 탈냉전 시대 보수주의 개신교의 변화 읽기, 극우에서 중도로 [가톨릭평론] 2018년 9+10월호에 실린 글 ------------------------------- ‘수상한 평화’에 대한 반대탈냉전 시대 보수주의 개신교의 변화 읽기, 극우에서 중도로 ‘6.13 선거’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보궐선거’(이하 ‘6.13선거’)에서 전통적 보수주의를 대변했던 자유한국당의 실패를 흔히 ‘궤멸적 패배’라고 말한다. 보수주의의 갱신을 주장했던 바른정당 역시 처참한 결과에 직면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두 정당의 실패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요인이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이번 선거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라는 데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4.27 남・북정상회담’(이하 ‘4.27’)과 ‘6.12 북・미정상회담’(이하 ‘6.12’)과 관련해서 보면 실패.. 더보기 성서, ‘고전’ 혹은 ‘민중의 책’ 이 글은 《죽은 민중의 시대 안병무를 다시 본다》(삼인 2006)의 2부 5장에 수록된 것임 -------------------------------------- 성서, ‘고전’ 혹은 ‘민중의 책’ 1 1972년에 초판이 발행된 《역사와 증언》에서 안병무 선생은 성서를 ‘고전’(古典)의 하나로 보고 있다. 근대 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주장이 그다지 파격적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근대적 비평학으로 무장한 많은 신학자들은 활판 인쇄술의 발달로 인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출간되는 책들 가운데 ‘하나가 된’ 성서를 어떻게 신학적으로 규정할지에 대해 모호하게 말함으로써 일반 신자들의 신앙에 갈등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해서 유일무이한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한 것이라는 그리스도인들의 일반적 성서관은 근대 신학으.. 더보기 이전 1 ··· 5 6 7 8 9 10 11 ···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