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썸네일형 리스트형 룸펜을 위한 교회는 없다 [한게레신문]의 '야!한국사회'에 실린 칼럼원고(2012 01 05) -------------------------------- 룸펜을 위한 교회는 없다 어린 시절 설날을 앞두고 집에서 제일 큰 양재기에 쌀을 넣어 방앗간 앞에 아주머니들이 윗동네 아래동네 할 것 없이 길게 줄을 섰다. 거기에는 아이들도 함께 있었으니, 그날 방앗간 앞 길게 늘어선 줄에는 이웃동네 아무개의 엄마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양재기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가래떡을 가득 담아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것은 떡 한 사발과 물 한 사발을 떠 놓고 집 구석구석을 돌며 절을 하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할머니는 반복적으로 같은 말을 던졌다. “묵은 것은 썩 물러가라.” 쉰 한 번째 해를 마감하는 날, 그 며칠 전 만났던 친구가 술에 절어 털.. 더보기 기독교정당과 정교분리 기고한 원고의 원래 제목은 '기독교정당의 딜레마, 정교분리'인데, 한겨레 칼럼의 규정상 10자 이내여야 해서, 위와 같이 줄였습니다. (한겨레신문 2011.12.15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 기독교정당의 딜레마, 정교분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인 심창섭 씨는 담임목사도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정교분리의 원리가 한국에서 오도되었다고 주장했다. 말할 것도 없이, 전광훈 씨 등이 주도하여 창당한 기독교자유민주당에 대한 지원발언이다. 한국에서 근본주의적 기독교계 인사들이 기독교 정당을 만들려는 역사는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다. 당시 17대 총선을 앞두고 한국기독당이 창당되었고, 총선에 실패한 뒤 국민복지당과 합당하여 기독민주복.. 더보기 신자유주의 악령의 쿠데타 [한겨레신문]의 '야!한국사회'에 실린 칼럼 원고.(2011.11.24) ----------------------------------- 신자유주의 악령의 쿠데타 다섯 번째. 18대국회에서 수행된 날치기의 횟수다. 미디어법, 4대강사업 예산, 한․미 FTA 비준 동의 등, 헤아려보니 하나하나가 난감한 사안들이다. 십년을 숙의해도 여간해서는 합의되기 어려운 사안들을, 무수한 협의들을 통해 양보하고 절충해야 가능한 것들을, 그나마 운 좋게도 주변 조건들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합의 될까 말까한 사안들을, MB 정권은 불과 몇 년 만에 다섯 번이나 원안을 고수하며 통과시켰다. 날치기로 인한 국회파행은 말할 것도 없지만, 하나하나의 사안들은 시민사회의 삶의 양식을 심하게 훼손시킬 수 있는 우려가 충분한 것들이다. .. 더보기 김 집사의 복음 [한겨레신문](2011.11.3)의 '야!한국사회'에 실린 칼럼 원고 ---------------------------------- 김 집사의 복음 신문보급소를 운영하고 있는 그가 그날따라 싱글벙글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무상급식을 받게 되었단다. 기껏해야 그 금액이 매월 오만 원 조금 넘지만, 그것만으로도 한 소시민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그는 서울의 한 중형교회의 집사다. 한데 담임목사에 대해 불만이 많다. 특히 설교가 맘에 들지 않았다. 지난 시장 선거 직전 주일에도 그랬다. 무상급식은 빨갱이들의 주장이라고 폭언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주보에 낙서를 한다. 목사의 말에 딴 척을 함으로써 그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확인하는 행동이다. 주보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것을 보.. 더보기 ‘후쿠시마’와 서울시장 선거 [한겨레신문](2011.10.13)의 '야!한국사회'에 실린 칼럼 원고 ----------------------------------------- ‘후쿠시마’와 서울시장 선거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7개월이 지났다. 사고 직후, 영국의 일간지 가 이 사고로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사고보다 5배나 많은 100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보도를 내놓았다. 그 방사능 유출의 양은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170배, 체르노빌 사고의 13배나 된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여 ‘2011년 3월 11일의 후쿠시마’는 인간의 기술이, 그 활용의 동기와 관계없이, 최악의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결정적인 시대적 징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러한 시사적 의미를 지닌 사고들은 이전에도.. 더보기 말(言)의 신뢰를 잃어버린 ‘말의 종교’ - 한국교회의 설교 실태를 돌아보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2011.10.17에 게재된 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35382 기사의 제목은 [오마이뉴스] 기자가 만든 것임. ------------------------------------------- 말(言)의 신뢰를 잃어버린 ‘말의 종교’ 한국교회의 설교 실태를 돌아보다 박재열 목사는 ‘작은 교회 살리기 운동’을 10년간이나 계속해왔다( 2011.7.29.). 무려 9백 개의 교회가 그 동안 지원을 받았는데,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목사 부부는 ‘목회사관 훈련 서약’을 하고 매달 그 모임에 참여한다. 한데 그 서약 내용이 ‘목회사관’이라는 군대식 용어만큼이나 혹독하다. 성인 출석교인 100명이 될 때까지.. 더보기 교회 매매의 추문, 교회의 성장지상주의가 낳은 사생아 [오마이뉴스] 2011.09.22에 게재된 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27345 기사의 제목은 [오마이뉴스] 기자가 만든 것임. ----------------------------------------- 교회 매매의 추문, 교회의 성장지상주의가 낳은 사생아 문화체육관광부가 2009년 1월에 발표한 ‘2008 한국의 종교현황’에 의하면 한국의 개신교 교회 수는 58,612개다. 이것은 ‘2002년도 종교현황’ 조사의 교회 수 60,785개와 비교하면 2,173개가 감소하였다(-4%). 한편 각 교단의 교회 수 통계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연간 1천 개 가량의 교회가 새로 생겨난다. 그렇게 본다면 2002년에서 2008년.. 더보기 교회건축과 시민적 공공성 [한겨레신문]의 '야! 한국사회' 코너에 실린 칼럼원고.(2011.09.01) ------------------------------- 교회건축과 시민적 공공성 사랑의교회 신축 문제가 논란이다. 많이 알려져 있듯이, 논점은 지하에 위치한 예배당의 일부가, 교회의 건축부지가 아닌, 공공도로의 지하공간을 점용한다는 데 있다. 더구나 이와 동일한 사례를 허용하지 않는 대법원 판례까지 있으니 서초구청이 허가한 것에 의혹이 생길만 하다. 교회 측의 설명에 따르면 점용료와 기부채납을 약정하였으니 구청의 허가는 특혜시비거리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유사한 방식의 공공 공간의 점용 요청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서초구청 측은 대답을 피했다. 사실상 이 일로 허용과 불허를 가르는 원칙.. 더보기 냉철함의 경제학과 고용조정 [한겨레신문]의 '야! 한국사회' 코너에 실린 칼럼원고.(2011.08.11) -------------------------------------- 냉철함의 경제학과 고용조정 1998년 정부 당국자가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까지 들여다볼 안목은 없지만, 내 눈엔 그가 냉철함을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전 세계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수없이 번쩍이는 자리에서, 오로지 맡은 과제만을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의 마음에는 자기의 이미지도 고려되고 있었겠다. 고위 경제 관료로서 자기가 얼마나 합리적인 선택을 했는지를, 그는 과시하고 싶었을까. 너무도 담담한 말투로 냉정하게 그는 국민에게 구조조정안을 설득하고 있었다. 단지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진실은 모른다. 그럼에도, 작은.. 더보기 ‘고통스런 쉼 쉬기’ 신학자의 영원한 안식(安息) 출처는 알 수 없고, 1999년 경 안병무 선생을 애도하는 글로 쓰인 것 ----------------------------------- ‘고통스런 쉼 쉬기’ 신학자의 영원한 안식(安息) 18일 아침 선생님이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들었다. 10년간 선생님을 가까이 하면서 거의 매년 한두 차례씩 듣는 소식인데, 올 10월엔 벌써 세 번째다. 심상치 않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그래도 막연히 ‘이번에도 괜찮겠지’ 생각했다. 일정표가 짜인 대로 일을 마친 뒤 저녁때가 돼서야 선생님이 계신 병원 중환자실로 향했다. 심각했다. 아니, 의사들과 가족들은 이미 포기한 상태다. 저녁 7시경, 선생님을 뵈었다. 눈이 풀어져 있다. 입에는, 아마도 강제로 숨을 쉬게 하는, 기구가 물려져 있고, 약하나마 가쁜 숨을 몰아쉴 때 가.. 더보기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