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썸네일형 리스트형 정신의 보신탕 기자가 4시반에 전화를 했다. 칼럼 원고를 언제 줄 거냐고... 앗, 수요일? 화요일인줄 알고 글의 소재들만 몇 개 머리 속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 이미 시간은 마감을 네 시간 넘게 지나쳤다. 기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의 떨림 이상으로 내 심장도 떨렸다. 최대한 줄 수 있는 시간을 물었다. 기자는 말이 없다. 무슨 소리냐는 뜻이겠다. 이미 줄 시간이 다 지나버렸다는 얘기다. 한 시간 반만 달라고 부탁했고 떨리는 손 끝으로 자판을 두둘겨댔다. 그야말로 쓰면서 생각했다. 아니 생각할 틈도 없이 써댔다. 6시 15분, 놀랍게도 원고를 마쳤다. 하고 싶은 말을 많이 놓쳤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마무리한 것은 천만 다행이다. 어쩌면 나로 인해 하루를 망쳤을지도 모르는 기자에게 정말 미안하다. [한겨레신문].. 더보기 국가인권차별조장위원회 [한겨레신문]의 '야!한국사회' 2012년 7월 26일에 실린 원고 ------------------------------------- 국가인권차별조장위원회 지난 6월 1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인터넷방송국 홈페이지에 ‘하나님을 섬기는 동성애자 모임’이라는 카페가 개설되었다. 그러나 이 카페는 3일 만에 교회 측에 의해 강제 폐쇄되었고, 운영자인 이계덕 씨는 글쓰기 자격이 박탈되었다. 이씨는 이것을, 헌법상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차별행위라고 주장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7월 4일 인권위원회는 이 진정에 대한 결과통보서를 발송했다. 한데 그 답신 내용이 놀랍다. “성경에 동성애를 허용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의견의 다툼이 있어 이에 대한 판단은 기독교 내부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 더보기 개신교, ‘반인권주의자의 추억’ [한겨레신문] 2012년 7월 5일자 '야! 한국사회'에 실린 칼럼원고 ----------------------------- 개신교, ‘반인권주의자의 추억’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기공협)가 5월 2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학내 종교인권 실태 및 대책’에 관한 연구용역을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에 의뢰한 것이 부당하다는 공문을 보냈다. 종자연은 친 불교 단체로서 공정한 조사연구를 수행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후 수많은 개신교계 단체들이 비슷한 논조의 문제제기를 쏟아냈고 개신교계 온․오프라인 언론들 거의 대다수도 이구동성으로 반박기사를 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도 6월 19일 긴급위원회의 결의사항의 하나로 ‘국가인권위원회와 그 하수인 역할을 하는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 더보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것들 [한겨레신문]의 '야!한국사회'에 실린 칼럼 원고.(2012.05.24) --------------------------------------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것들 사람들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무수히 방치해온 검찰이 조금 더 방치해도 될 법한 것에 ‘분연히’ 나섰다. 통합진보당 내의 부정선거 비리 문제는 검찰의 개입으로 복잡해졌다. 검찰의 행위에는 많은 문제가 있지만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압수해간 당원명부가 이 사건과 무관한 일로 악용될 가능성 때문이겠다. 혹자는 그것이 과잉 피해의식이라고 하지만, 얼마 전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명부를 공개하고 나서 벌어진 논란을 보면 그렇게 단정할 일은 아니다. 학교와 무관한 사람들이 그들을 교단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극언을 퍼부은 것은 .. 더보기 성직자의 소득세와 총선 이 글은 한겨레신문 2012.05.03에 실린 '야!한국사회' 칼럼원고입니다. ---------------------------------------- 성직자의 소득세와 총선 4.11총선 때 기독교자유민주당의 홍보자료를 보고 기독교인들조차 의아하게 여겼던 정책 슬로건이 있다. ‘교회의 은행대출 금리를 2%로 낮추겠다.’ 교회 출석한 지 40년이 넘은 한 남자는 내게 전화를 걸어서, 이게 무슨 정당이냐고, 기독교인으로서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교회의 내밀한 사정을 알 만한 위치에 있지는 않았지만, 교회 재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큰 틀에서 재정 사정을 꽤 아는 사람에 속한다. 그는 자신이 속한 교회가 헌금액에 비해 과한 부채가 있고, 교회 본당을 포함해서 부속건물, 토지, 심지어는 시골의 기도원까지 속속들.. 더보기 그중에 최악은 방송이다 [한겨레신문] 2012.4.12자 '야!한국사회'에 실린 칼럼원고 -------------------------- 그중에 최악은 방송이다 공중파 방송 두 개사가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필경 그런 탓이겠다. 각 당의 정책에 관한 분석과 비판적 논평은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은 각 당이 서로에게 뱉어내는 흑색선전과 비방들을 여과 없는 중계해주는 것이다. 이번처럼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도 정책적 이슈 없이 트집 잡기로 점철된 선거가 또 있었을까. 사실 선거운동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뚜렷한 논점들이 있었다. 복지와 한-미 FTA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국사회의 미래에 관해 당면한 어느 주제보다 중요한 것임은 의심의 여지없다. 한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들은 상호비방거리로만 전락했다. 내 생각에는 새누리당이 벌인 ‘.. 더보기 또 다시 북풍? [한겨레신문] 2012.3.22자 '야!한국사회'에 실린 칼럼원고 ------------------------------------------------------- 또 다시 북풍? 지난해 11월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제주가 선정되어야 한다고, 수백억 원을 쏟아부으며 난리법석을 떨었던 정부가 불과 두 달 후인 올 2월 22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느닷없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선언을 했고, 매우 저돌적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물론 제주 해군기지는 참여정부 때인 2007년에 결정되었다. 하지만 그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기에 기지 건설은 시작도 못한 상태에 있었고, 현 정부 들어 청와대는 이 문제에 직접적인 개입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무관심에서 무리한 강행으로 급.. 더보기 직업으로서의 정치인 [한겨레신문] 2012.3.1 '야!한국사회' 칼럼에 실린 글 --------------------------------- 직업으로서의 정치인 한때 나는 목사가 ‘직업’이라고 주장했다. 직업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 ‘성직’론에 관한 기독교계의 일반적 이해에 맞서고 싶었다. 게다가 필요할 땐 법익의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성직이라 하여 탈세를 정당화하는 모순적 태도 때문에 목사를 ‘탈신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기독교도들이 직업인으로서의 자신의 태도 또한 신자로서의 태도만큼이나 숭고해야 함을 말하고 싶기도 했다. 해서 모든 직업은 성직이고, 모든 성직은 직업임을 애써 강조했다. 그런데 직업이 특권화되는 시대가 되었다. 자본주의라는 종교에서 직업은 성직이 되고 있다. 직업이 없는 이는 직업이 있는 이를.. 더보기 ‘나이든 아이들’의 불장난 [한겨레신문] 2012.2.16의 '야!한국사회' 칼럼으로 게재된 글 ----------------------- ‘나이든 아이들’의 불장난 1월 19일 오후, 공부모임이 거의 끝날 무렵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 교회를 방문했다. 호감을 갖고 찾아왔음을 밝힌 그들에게 한 사람이 열심히 설명을 했다. 그리고 이틀 뒤 한 극우파 인터넷신문에 교회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그들이 그날 찍은 사진들과 함께. 이 뜬금없는 기사의 제목에는 “한명숙 권사가 다니던”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 후 ‘안철수재단’(가칭) 설립에 관한 기자회견 다음날인 2월 7일, 또 다른 극우파 인터넷 신문에 앞의 기사의 상당부분을 통째로 실어 나른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의 제목은 “... 박영숙 이사장 ‘이런 사람’?”이고, .. 더보기 한 민중의 죽음 [한겨레신문]의 에 실린 칼럼원고(2012.01.25) ------------------------------------- 한 민중의 죽음 17일 아침, 휴대폰 문자로 부고를 들었다. 그다지 가까웠던 것도 아닌데, 착잡한 심사가 하루 종일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마치 그 죽음에 연루된 공범자가 된 느낌이었다. 생전에 그는 많은 말을 쏟아냈다. 그 중에는 대화의 흐름을 끊는 뜬금없는 말이 많았고, 세상의 종말에 관한 황당한 얘기들도 적지 않았다. 또한 우악스럽게 화를 내며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예배 중에 주제를 두고 대화를 할 때 불쑥 끼어들어 던지는 엉뚱한 말에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생각을 집중할 수 없었다. 다른 교회에서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그가 쏟아내는 독설들로 진지한 얘기를 나누는 데 방해를 받.. 더보기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