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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 십자군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기독교의 윤리 [교수신문] 208(2001 08 27)에 게재된 칼럼 원고 ------------------------------------------------- 문화 십자군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기독교의 윤리 “성찰 없는 신앙 윤리는 예수로부터의 이탈” 1999년말, 영화 ‘거짓말’은 교회 식구들간의 대화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도 그것을 보지 못했기에, 영화의 미학적 가치에 대해 논할 수 없었다. 당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것을 볼 수 있는지의 여부를 왜 타인이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분노했다. 이듬해 1월, 우리는 ‘감독판’에서 잘려나간 15분을 제외하고는 이 영화를 볼 자격을 얻게 되었다. 비로소 우리는 영화 자체에 대해 토론할 수 있었다. 또 윤리적 적절성의 주된 논란거리였던 미성년자의 성.. 더보기
여성부의 호주제 폐지 발표에 즈음해서 이 글은 [교수신문] 2002년 07월 04일 [233호]에 게재된 칼럼 원고입니다. ---------------------------------------------------------------- 여성부의 호주제 폐지 발표에 즈음해서 ‘전 세계를 누비면서 축구의 열기를 수없이 접해왔던 베테랑 기자들이 한국의 대규모 거리 응원을 보고는 이구동성으로 “이런 것은 생전 처음 보았다”고 한다. 거리 응원단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단 하나의 색 단 하나의 구호 아래 일사불란하게 모였다. 도대체 유래를 찾기 쉽지 않은 이러한 총동원이 우리에게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국민등록제도에서 그 주된 이유 하나를 본다. 우리의 국민등록제도는 대단히 강력한 전체주의적 양상을 띤다고 한다. 요컨대 한국은 근대국가의 대.. 더보기
숨은 기억 찾기 - 드러냄과 감춤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이 글은 [기독교영성신문](2003년 경)에 게재된 칼럼 원고입니다. ------------------------------------------------------------------------- 숨은 기억 찾기드러냄과 감춤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이천 년을 맞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 해를 ‘과거’로 보내버렸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한 해를 ‘현재’로 맞아들인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을 특별히 떠올리게 되는 때는 시간에 대한 관심이 한결 고조된다. 어느새 먼지가 하얗게 묻은 일기장(日記帳)은 이맘때에만 펼치는 연기장(年記帳)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세월에 무뎌진 내가 새삼스런 일기 쓰기에 돌입하게 되는 것은 시간에 대한 회상과 기대를 담은 상상의 공간으로 나 자신을 여행 보내고자 함일 게다.. 더보기
교통 통제, 그 음울한 질서의 음모를 넘어 [교수신문] 220 (2002 03 05)에 실린 칼럼 원고 ----------------------------------- 교통 통제, 그 음울한 질서의 음모를 넘어 택시 타고 시내를 관통하던 때였다. 시청 앞 도로엔 유난히 경찰이 많다. 웬일인가 했는데, 머리가 반백인 베테랑 기사 왈, 어쩌면 곧 교통 통제가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의 추측대로라면 ‘귀빈’이 지나갈 모양이다. 다행히 통제 직전에 그곳을 빠져나갈 수 있게 된 게 행운이었다. 문뜩 초등학교 시절 길가에서 국기 흔들던 때가 떠올랐다. 수업 빼먹는 재미에 볼거리 듬뿍한 카퍼레이드까지, 그 ‘끝내주던’ 구경거리가 그땐 참 많았다. 대학 시절, 교통정리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는 좀 다른 기억이다. 아침마다 공덕동 로터리를 신호 한번 안 걸리고 .. 더보기
이제는 희생자의 시선에서 이야기하자 이 글은 [교수신문] 242 (2002 9 23)에 실린 칼럼 원고입니다. ------------------------------------------------------------ 이제는 희생자의 시선에서 이야기하자 라는 시사 다큐가 방영되면서, 사람들은 ‘말할 수 없었던 그때’와는 전혀 딴판인 세상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은폐된 국가 폭력의 진실을 공개한다는 것, 국가 폭력에 의해 자행된 희생양 제의의 잔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것. 이 미디어의 정치학은 사람들로 하여금 역사에 대한 경외심을 자각하게 하고, ‘기억한다는 것’이 역사의 진보에 얼마나 커다란 자산인지를 깨닫게 한다. 놀랍게도 프로의 제목은 이 점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다. ‘이제’ 對 ‘그때’, ‘말할 수 있다’ 對 ‘.. 더보기
기독교는 왜 대중의 사유를 통제하려 드는가 이 글은 [교수신문] 246(2002년 10월 21일)에 실린 칼럼 원고입니다. --------------------------------------------------------------------- 기독교는 왜 대중의 사유를 통제하려 드는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예수는 신화다》를 간행한 동아일보사의 반기독교적 행위를 규탄하고, 출판 철회 및 책의 회수를 촉구할 때까지도 나는 한 편의 어처구니없는 코미디를 보듯 했다. 때맞춰 《국민일보》는 연일 이 책에 대한 비판의 글을 기획하여 실었다. 그러나 그 글들 대부분은 이 책의 선정주의만큼이나 감정적 반격에 몰입한 듯했다. 어떤 기자는 내게, 저렇게 흥분하니 그들의 느낌에 더욱 멀어지게 되더라는 관전평을 전해주었다. 실제로 대다수 매체.. 더보기
악녀와 지식인 이 글은 [교수신문] 238(2002 8 26)에 실린 칼럼 원고입니다. ------------------------------------------------------ 악녀와 지식인 지난 8월 1일 저녁 9시 뉴스. 하나같이 재미없는 것들 뿐이라 졸음을 참고 있던 중에, 두 편의 연이은 보도로 정신이 번쩍들었다. 첫 번째는 자녀와 함께 가출하여 보호소에 있던 여인이 아동보호상담소의 중개로 남편과 면담도중 살해됐다는 내용의 보도였고, 둘째는 아내가 남편에게 쥐약을 먹여 살해하려다 기소되었다는 내용이다. 아내 살해 보도는 놀랍게도 무인카메라에 녹화된 살해장면의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한 채 그대로 방영하였다. 희미해서 그 자체만으로는 정황을 추측하기 쉽지 않은 장면이었지만, 설명과 함께 보면 실제의 살해 장.. 더보기
그녀는 뺨을 맞았다. 그런데 그것이 사랑이란다 이 글은 [교수신문] (2002 11 27)에 실린 칼럼원고입니다. -------------------------------------- 그녀는 뺨을 맞았다. 그런데 그것이 사랑이란다 그녀는 뺨을 맞았다고 했다. ‘소개팅’ 나갔던 걸 그가 알게 된 탓이다. 그를 좋아했지만 미덥지 않았기에 갈등했고 그러던 중 친구의 소개로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됐던 것이다. 한 눈에 맘에 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똑똑했고 장래가 유망한 사람 같아 보였다. 좀더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못 가서 그가 알게 되었다. 그는 격하게 다그쳤고, 그녀는 격앙된 감정에 그만 만나자고 소리쳤다. 그러자 그의 오른손이 뺨을 강타했다. 그런데 나는 다음 대목에서 적지 아니 놀랐다. 그녀는 다시 그와 사귀게 되었단다. 그러면서 그녀.. 더보기
다원성의 신학은 근대 세계에서의 ‘그리스도교의 속죄의 선언’이다 이 글은 [한겨레21] 380(2001.10.25)에 게재된 글로 추정되는데, 확실치 않네요. ----------------------------------------------------------------------- 다원성의 신학은 근대 세계에서의 ‘그리스도교의 속죄의 선언’이다 신학에서 ‘다원성’이라는 논제가 제기된 맥락은 크게 두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타세계’(유럽과 미국 이외의 지역)의 선교가 제국주의적 배타성을 띠었다는 것에 대한 자기 반성이며, 다른 하나는 자세계의 근대성의 맥락에서 탈종교화되는 이른바 ‘세속적 세계’에 대한 신학/신앙의 사회적 무책임성을 자기 반성하면서 다원성이 신중하게 고려되었던 것이다. 전자가 강한 종교성의 사회에서 그리스도교의 배타주의를 문제시한 것이.. 더보기
낯설음을 배제하는 근대, 낯설음을 증오하는 교회 이 글은 [연세대학원신문](2001년 말쯤)에 게재된 글입니다. ----------------------------------------------------- 낯설음을 배제하는 근대, 낯설음을 증오하는 교회 ‘전통으로부터의 단절’이라는 근대성의 기조는 대략 17세기 어간부터 본격화된 서구 사회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반영한다. 그런데 비서구 사회의 근대화는 이러한 서구 근대를 모방함으로써 자신의 전통을 넘어서고자 했다. 거칠게 말하면, 서구 근대로의 맥락화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물론 서구와는 다른 근대, 아니 근대‘들’을 낳았다.(‘서구 근대’로의 길이 하나가 아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 근대’는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을 띠며 전개되어 왔는가? 이 문제를 논하는 데서 그리스도교의 선교 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