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착한 그녀가 몰랐던 것 [한겨레신문] '야!한국사회' 2011.6.9 원고 ----------------------------------- 착한 그녀가 몰랐던 것 교회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연일 계속된다. 그 무례함이, 불법과 탈법이, 황당한 종교성이 따가운 질책의 이유가 되고 있다. 한데 그 와중에도 교회에서 미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추락한 품격을 높이려는 소박한 움직임이다. 이것은 보수주의의 갱신 혹은 선진화라는, 보다 큰 사회적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그리고 이런 보수주의의 고품격화를 주도하고 있는 계층은 중상위계층이다. 그런 점에서 압축적 근대화를 이룩한 한국사회의 졸부형 귀족들과는 다른, 이른바 신귀족의 탄생이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신앙의 쇄신 현상에서 포착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한 후배로부터 그.. 더보기
5.18을 맞아 <49일>을 본다 [한겨레신문] '야! 한국사회' 2011년 5월 19일자 칼럼 원고 ----------------------------------------- 5.18을 맞아 을 본다 드라마 에서 중심인물들의 개인서사와 그들의 악연들을 둘러싼 관계의 서사는 흥미로운면서도 껄끄럽다. 악역 캐릭터의 남녀는 가난으로 인한 냉대와 차별에 깊은 상처를 받아 배배꼬인 품성의 소유자가 되었다. 그 여자의 절친이자 그 남자의 약혼녀가 그들이 세상을 향해 보복하려는 표적이다. 표적이 된 여자는 회사 사장의 딸로, 순진하고 오지랖 넓은 착한 품성의 소유자다. 또 다른 인물, 고아 출신 여자는, 남자친구의 죽음을 비관하여 자살하려다 착한 부자 여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안긴다. 천사표 부자 여자는 자기 잘못이 아닌데 친구와 약혼자에게 이용당.. 더보기
그가 준 생각의 힌트, 사회적 영성 [한겨레신문] 2011년 4월 5일에 게재된 칼럼원고 ----------------------------------- 그가 준 생각의 힌트―사회적 영성 한 토론회에서 ‘사회적 영성’이 화두가 되었다. 그것을 제기한 이는 정치학자인 박명림 교수였다. 그에 의하면 진리, 계시, 말씀 등이 인간의 몸으로 침투하는 체험이다. 그런데 영성의 전문가여야 할 교회 지도자가 한 교회연합기관의 단체장이 되려고 수십억 원을 뇌물로 썼다. 이것은 비단 이번만의 일은 아니다. 내내 그래왔단다. 각 교단장의 선출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한편 세계 최대 교회의 원로목사와 부인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아버지 편의 아들과 어머니 편의 아들의 갈등이 얽혀 있다. 요는 재산권 분쟁이라고 한다. 또 있다. 서초역 근처에 몇천억대.. 더보기
‘후쿠시마 이후’의 한국은 없는가 [한겨레신문] 2011.4.26에 게재된 칼럼 --------------------------------- ‘후쿠시마 이후’의 한국은 없는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한반도의 안전에 나쁜 신호일 수 있다는 주장은 의심의 여지없다. 그렇다면 원전은 어떤가? 남한은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가지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의 전기 생산량 가운데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인데,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 따르면 한국은 약 40%나 된다. 그런데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자력발전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각인시켜주었다. 일본은 후쿠시마 제1원전 반경 20킬로 내 지역을 ‘죽음의 땅’으로 선포했다. 그 면적은 서울시 면적의 두 배가 넘는 크기다. .. 더보기
한기총? 더 무엇을 기대하라고? [한겨레신문] 칼럼(야! 한국사회) 2011.3.15에 실린 글입니다.------------------------------------ 한기총? 더 무엇을 기대하라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신임 대표회장의 스캔들을 폭로한 전임 대표회장은 역대 회장 선거가 그래왔다고 고백했다. 그러자 신임 회장을 지지하는 한 간부가 또다른 자폭 발언을 했다. 각 교단들의 총회장 선거에서 수십억원씩 돈을 쓰는 건 다 아는 비밀인데 왜 이번만 문제시하느냐고. 사실 그렇다. 돈선거에 관한 얘기는 이젠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다. 돈이 건네지는 구체적인 정황에 관한 증언들을 개신교 교계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은 흔히 듣는다. 담임목사가 후보가 되면 그이가 속한 교회가 재정을 마련하고 운동을 하며, 그를 지지하는 목사, 장로 집.. 더보기
엠비는 그에게 답하라 [한겨레신문] 칼럼(야! 한국사회) 2011.2.22에 실린 글--------------------------------------- 엠비는 그에게 답하라 대학교를 졸업한 딸과 대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둔 그는 걱정이 태산이다. 딸은 미취업 상태이고 아들은 대출을 받아서 겨우 등록금을 냈다. 수천만원이나 오른 전세금을 준비해야 몇 달 뒤에 있을 임대차 재계약을 할 수 있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의 치료비도 만만치 않다. 어머니는 남편이 남겨준 유산을 제2금융권 몇 곳에 나누어 저축하여 이자 수익으로 근근이 살고 계신데, 그중 한 은행이 도산했다. 경제적 무능력 상태인 친정어머니께 매달 일정액을 송금했던 아내는 그의 눈치를 심하게 본다. 그는 국민건강검진에서 2차 정밀검진 판정이 나왔는데, 혹여 큰 병이 있.. 더보기
교회를 찾는 이들을 위한 조언 [한겨레신문] 칼럼(야! 한국사회) 2011년 2월 1일자 ------------------------------------------- 교회를 찾는 이들을 위한 조언 재작년의 일이다. 압구정동에서 노방전도 하는 교인들로부터 주보를 받았다. 고급종이에 칼라로 인쇄된 화려한 소책자다. 웬 주보가 이렇게 두터운가 했더니, 새로 등록한 교인명부가 포함되어 있었다. 족히 수백 명은 돼 보였다. 주보이니, 필경 지난 한 주간에 등록한 교인이겠다. 지금보다도 더 교회가 탄핵의 대상이던 때다. 신문, 잡지, 단행본, 심지어 방송에서조차 교회에 대한 비판적 기조의 담론들이 유포되고 있었고, 저 화려한 주보의 주인공은 이런 지탄을 한 몸에 ‘받아 챙기던’ 교회였다. 그럼에도 그 교회는 여전히 한 주에 수백 명의 새 교인.. 더보기
학살당한 소, 돼지를 향한 애도 [한겨레신문] (2011.1.11) 칼럼원고 ----------------------------------- 학살당한 소, 돼지를 향한 애도 한 회의에서 박영대 소장(우리신학연구소)이 낯선 제안을 했다. ‘살처분 되는 소와 돼지가 일백만 마리를 넘었다. 종교인들이 애도해야 하는 거 아니냐?’ 알기는 했어도 그다지 관심 없이 지나쳤다. 가끔씩 ‘살처분’이라는 살벌한 용어가 귀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돌아보면 그것에 대해 길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긴 생각이 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조류독감 위기론이 한참일 때 인류의 대규모 사육체계가 재앙을 낳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내가 일하는 연구소를 통해 글과 강좌를 기획한 적이 있었다. 1억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날 수도 있다는 대재앙설이 나돌던 때였다. 하지만 이 계획은.. 더보기
우상타파, 선불교에게서 배우자 [한겨레신문] '야! 한국사회' 코너의 2010년 12월 14일자 칼럼 --------------------------------------- 우상타파, 선불교에게서 배우자 한 불교잡지에서 글 하나가 눈에 띠었다. 「우상타파는 또 다른 우상을 낳고」라는 동봉 스님의 글이다. 불상을 장작으로 썼다는 단하 선사 얘기를 읽으면서, 그리스도교 신자로선 상상할 수 없는 생각의 깊이와 그 도발적 과감함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글 말미에서 저자는 한 번 더 허를 찌르는 말을 덧붙였다. ‘우상타파라는 우상’에 대한 경계다. 일부 개신교 신자들의 이른바 ‘불교사찰 땅밟기 기도’를 염두에 두면서 쓴 글인데, 품격이 넘친다. 진리를 만나려는 열정으로 참선수행을 하는 이가 부처를 보았다.. 더보기
반대 없는 총화는 독재다 2010년 11월 30일자 [한겨레신문] 칼럼 원고 --------------------------------------------------- 반대 없는 총화는 독재다 ‘도발 주체는 북한인데 왜 우리 정부를 비판하느냐, 그것은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다.’ 한 TV 토론회에서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실장의 말이다. 또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한반도는 준전시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면서, 이런 때에 정부에 대한 비판은 ‘이적행위’라고 선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하나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라고 말했다. 정부 관련 인사들의 이런 발언들은 당혹스럽다. 민주주의는 유보되어도 된다는 태도로 해석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반대 여론에 대한 MB 정부의 이런 태도는 생소하지 않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