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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상타파, 선불교에게서 배우자 [한겨레신문] '야! 한국사회' 코너의 2010년 12월 14일자 칼럼 --------------------------------------- 우상타파, 선불교에게서 배우자 한 불교잡지에서 글 하나가 눈에 띠었다. 「우상타파는 또 다른 우상을 낳고」라는 동봉 스님의 글이다. 불상을 장작으로 썼다는 단하 선사 얘기를 읽으면서, 그리스도교 신자로선 상상할 수 없는 생각의 깊이와 그 도발적 과감함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글 말미에서 저자는 한 번 더 허를 찌르는 말을 덧붙였다. ‘우상타파라는 우상’에 대한 경계다. 일부 개신교 신자들의 이른바 ‘불교사찰 땅밟기 기도’를 염두에 두면서 쓴 글인데, 품격이 넘친다. 진리를 만나려는 열정으로 참선수행을 하는 이가 부처를 보았다.. 더보기
반대 없는 총화는 독재다 2010년 11월 30일자 [한겨레신문] 칼럼 원고 --------------------------------------------------- 반대 없는 총화는 독재다 ‘도발 주체는 북한인데 왜 우리 정부를 비판하느냐, 그것은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다.’ 한 TV 토론회에서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실장의 말이다. 또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한반도는 준전시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면서, 이런 때에 정부에 대한 비판은 ‘이적행위’라고 선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하나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라고 말했다. 정부 관련 인사들의 이런 발언들은 당혹스럽다. 민주주의는 유보되어도 된다는 태도로 해석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반대 여론에 대한 MB 정부의 이런 태도는 생소하지 않다... 더보기
사과해야 하는 종교 [한겨레신문] 2010년 10월 19일 칼럼 원고입니다. -------------------------------------------------- 사과해야 하는 종교 그의 목소리에서 화난 기색이 느껴졌다. 낮게 깔린 저음에 약간은 느릿하고 점잖은, 전형적인 목사의 톤이다. 익숙한 목소리다. 하지만 그는 나를 본 적은 없다고 했다. 서울에서 교회를 담임하고 있다는 간략한 소개와, 내 연락처를 알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에 대해 말했다. 모르는 목사가 느닷없이 전화를 해서 전형적인 목사의 톤으로, 다소 위압적인 말투로 말하는 것, 경험상 이런 경우는 영락없는 항의 전화다. 불연 듯 10년쯤 전, 교회를 담임하던 시절 받았던 전화 한 통이 떠올랐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지역 신문에 축하글을 기고한 것에 .. 더보기
이웃 없는 종교의 우울함 [한겨레신문] 2010년 11월 9일 칼럼 원고입니다. ------------------------------------------------ 이웃 없는 종교의 우울함 1991년 요맘때였다. 학문의 폭이나 깊이에서 당대 한국 최고의 신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변선환 당시 감신대 학장을 정죄하는 교단 총회의 결의가 있었다. 즉각 교수들과 학생들, 그리고 많은 목회자들의 항의와 문제제기가 잇달았다. 또한 안병무 서광선 이재정 등 교단을 망라한 한국의 대표적 신학자들이 공동으로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21일, 대형교회 목사들이 중심이 된 대한감리교회 교리수호대책위원회가 발족하였고, 총회의 징계 결의가 준수되지 않으면 교단분열을 각오한다는 성명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듬해 5월, 변선환 .. 더보기
그 위기관리 정책에 피해자는 없다 한겨레신문 2010년 9월 27일자 칼럼 원고입니다. -------------------------------- 그 위기관리 정책엔 피해자는 없다 삼일 지나서 대피소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물이 찼던 흔적이 담벼락을 타고 가로로 새겨있다. 내 키 정도가 잠겼다. 유출된 석유가 물위에 떠 있던 탓에, 잠겼던 흔적 제일 윗선에 거무스름한 선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다. 아직 반지하층엔 천장까지 물이 가득 차 있었고, 양수기로 물을 퍼내는 데만 이틀 걸렸다. 1층인 우리 집은 무릎 높이만큼의 물이 들었다. 나무로 된 가구들은 다 버려야 했다. 전기제품, 쇠나 플라스틱 물건들, 책들은 닦아내고 말렸다. 바닥과 벽을 수도 없이 닦고 또 닦았다. 하지만 물에 닿은 벽지나 물건들은 결코 본 모습으로 되돌려지지 않았다. 그렇.. 더보기
체벌은 예의 없는 교실을 만든다 이 글은 [한겨레신문] (2010.9.7)에 게재된 칼럼원고입니다. ---------------------------------------------------- 체벌은 예의 없는 교실을 만든다 교실에서의 체벌을 주제로 실험예배를 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상황극이 준비되었다. 교사, 그리고 학생1⋅2⋅3, 이렇게 네 명이 등장인물이다. ‘학생1’은 이른바 ‘모범생’이다. 그리고 ‘학생2와 3’은 제멋대로 떠들며 수업을 방해하는 ‘문제학생’이다. 교사는 “너희들 때문에 선량한 학생이 피해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주의도 주고, 몽둥이를 들이대며 경고도 한다.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교사는 흥분한다. 그리고 체벌이 시작될 즈음 극은 끝난다. 이제 상황극을 관람한 이들이 극에 참여하여 교사가 되어본다. .. 더보기
섣부른 대형개발사업, 서민의 욕망을 볼모로 하다 이 글은 에 실린 칼럼원고입니다. --------------------------------------------------- 섣부른 대형개발사업, 서민의 욕망을 볼모로 하다 최근 우리는 연일 토건자본과 국가기구가 공모하여(?) 벌인 대형사고들을 본다. 이들 건설프로젝트들의 비용이 수십조 원에 이른다. ‘건국 이래 최대’ ‘단군 이래 최대’ 등의 수사가 동원되었다. 이 정도 사업이라면, 긴 시간 숙고에 숙고를 거쳐 기획하여야 할 일이다. 규모가 큰 만큼 장기간에 걸친 검토가 필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좋은 상황만을 고려하여 기획안을 만드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한 대비책 또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만약 예상 밖의 사태가 생긴다면 기업도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고 국가 또한 대재난을.. 더보기
'적의 밥'을 먹다 - 신앙의 원리는 신앙을 잠식한다 이 글은 [가톡릭뉴스 지금여기](2010.8.4)에 실렸고, [웹진 제3시대](2010.8.17)에 재수록된 글입니다. 이 글은 한백교회의 하늘뜻나누기(2010.8.1) 원고인 '적의 밥'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 ‘적의 밥’을 먹다 신앙의 원리는 신앙을 잠식한다 시리아 북단의 대도시 안티오키아에서 베드로는 사람들과 한 상에서 식사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안티오키아의 ‘그리스도인들’인데, 놀랍게도 유대인들만이 아니라 귀화한 이방인들이 다수 포함된 공동체였다. 당시 유대교 회당은 물론이고 1세기 말까지의 예수 공동체에서 이런 풍경은 그리 흔치 않은 것이었다. 그때 예루살렘에서 주의 친형제인 야고보 파 사람들이 방문한다. 십여 년.. 더보기
8.15 정치의 두 풍경, 역사적 사죄와 사면복권 이 글은 한겨레신문(2010.08.17)에 게재된 칼럼 원고입니다. ---------------------------------- 8.15 정치의 두 풍경, 역사적 사죄와 사면복권 한반도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일본 총리 간 나오토는 식민지 지배는 한국인의 뜻에 반하여 이뤄졌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였다. 전임 총리였던 하토야마 씨도 사임하기 전에 일본의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 반성할 것은 반성하겠다는 태도를 표명한 바 있다. 자민당 정권도 간간이 전쟁범죄에 대한 조심스런 사죄의 발언을 하곤 했다. 호소카와 전 총리도 1993년, 대동아전쟁은 침략전쟁이었고 그로 인해 한국 등 많은 나라들이 고통을 겪은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또 1995년, 당시 총리였던 무라야마 씨는 ‘통절의 반성’이라는 표현으로.. 더보기
마당이 사라지고 있다 [한겨레신문] 2010.7.26에 실린 칼럼 원고입니다. 홍익재단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성미산을 지키는 사람들에 관한 얘기입니다. ---------------------------------------------------------------------- 마당이 사라지고 있다 30년 전, 처음 이사 왔을 땐 집집마다 작은 마당이 있었다. 상습침수지역에 넓은 마당이 딸린 큰 집이 있을 리는 만무다. 하지만 그 작은 집터에서도 마당엔 옹골지게 화단이 가꾸어져 있었다. 우리 집에도 대문은 장미덩굴로 뒤덮여 있었고, 저 뒤편에 대추나무가 있었다. 먹다 뱉은 씨로 심은, 열매가 열리지 않는 귤나무도 내 허리 높이 정도에서 멈춘 채 꿋꿋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옆동네에 월드컵 경기장이 들어서고, 쓰레기처리장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