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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천지는 우리와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다 [경향신문] 2020년 3월28일자 '사유와 성찰' 코너에 실린 칼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3272049015&code=990100) ------------------------ 신천지는 우리와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다 ‘31번 확진자’의 등장은 코로나19 사태의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그이는 영남권에서 발견된 최초의 확진자였는데, 이후 한국사회에서 코로나19는 만연하게 되었다. 특히 현재까지 압도적 다수가 대구・경북 지역의 감염자들이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그이로부터 시작해서 이후 계속 발견되는 확진자들은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들이었다다는 점이다. 정부의 조치는 신속했고 적절했다. 2월23일 감염병 대응의 최고 수위인.. 더보기
잘못했더라도 그들도 시민이다 [경향신문] 2020년 2월29일자 '사유와 성찰' 코너에 실린 칼럼(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2282035015&code=990100) -------------------------------- 잘못했더라도 그들도 시민이다 제주4.3사건에 대한 긴 글을 쓰고 나서 국가폭력의 장소들을 돌아다니는 여행을 떠났다. 순서가 뒤바뀐 셈이지만 지난해부터 쉴 새 없이 이어졌던 숨 막히는 스케줄 사이에 생긴 ‘틈’이 그때였으니 나의 다크투어는 합리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한국인의 집단체험의 시간표에 따르면 그 틈은 떠나는 시간이기보다는 들어앉는 시간이어야 했다. 비행기 값이 대폭 하락했지만 공항은 한산했고 여행지 내내 사람도 상점도 식.. 더보기
질병에 대한 공포담론은 때로 질병보다 더 치명적이다 [경향신문] 2020년 2월1일자 '사유와 성찰' 코너에 실린 칼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1312036005&code=990100 -------------------------------- 질병에 대한 공포담론은 때로 질병보다 더 치명적이다 초등학교 땐 영화 단체관람이 꽤 많았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단 하나가 기억 속에 살아 있다. 제목도 주인공도 관람시기도 모두 기억나지 않지만, 북한이 세균전을 위해 만든 배양시설을 남한 특공대 혹은 첩보원이 파괴하는 줄거리의 영화다. 왜 그것만이 기억되었을까? 나의 추론의 첫 번째 단서는, 내가 영화 속 세균을 ‘콜레라균’으로 특정해서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어린.. 더보기
그이들의 이름을 망각해온 그리스도교를 반성하며 [경향신문] 2019년 12월28일자 '사유와성찰' 코너에 실린 칼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2272038015&code=990100 --------------------------- 그이들의 이름을 망각해온 그리스도교를 반성하면서 예수가 체포되고 심문을 받은 뒤 재판에 넘겨지고 형장으로 가서 십자가에 매달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하루가 안 되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열렬한 추종자였던 그의 측근들은 그 하루 만에 마음이 무너졌다. 해서 대부분의 복음서들은 그 십자가 형장에 그의 제자 중 아무도 없었다고 말한다. 그 살벌한 하루 동안 어떤 이들은 누군가의 추격을 당하면서 숨기에 바뻤겠고, 다른 이들은 신이 통치하는 나.. 더보기
‘3대 종교’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속죄’ [경향신문] 2019년 11월30일자 사유와성찰 코너에 실린 칼럼 원고 ------------------------ ‘3대 종교’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속죄’ 2016년 4월13일에 선출된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개신교, 가톨릭, 불교(이하에선 ‘3대 종교’라고 부르겠다)의 신자는 74퍼센트에 이른다. 한편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종교인구는 전체의 43.9퍼센트다. 이중 ‘3대 종교’에 속한 이들이 98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전체 인구 중 ‘3대 종교’의 신자는 43퍼센트쯤 되겠다. 이 비율과 ‘3대 종교’ 신자인 국회의원의 비율을 비교하면 ‘20대 국회’에서 이 세 종교가 한국사회를 과잉대표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19대 국회’에선 더욱 심해서, 그 비율.. 더보기
전별금, 이번에도 교회는 사회를 향한 사과에 실패했다 [경향신문]의 '사유와성찰' 코너에 실린 칼럼(2019.11 0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1012057035&code=990100, -------------------------------------------- 이번에도 교회는 사회를 향한 사과에 실패했다 소망교회 은퇴 목사의 전별금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10년간 매월 730만 원 가량을 받게 된다고 한다. 여기에 고액의 아파트와 사무실, 그리고 차량을 지원받는다고 한다. 게다가 교단은급제도에 의해 은퇴연금도 수령하게 될 것이고, 이미 퇴직금으로 수령했는지 모르겠지만 교수로 재직한 연수도 17년 정도 된다.ㅍ 한국에서 퇴직금이나 전별금에 대한 표준화된 원칙을 마.. 더보기
사과하는 일도 비대칭적이다 [경향신문] 2019년 9월7일자 '사유와 성찰' 코너에 실린 칼럼원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9062037015&code=990100 ------------------------------- 사과하는 일도 비대칭적이다 40대 말의 A씨는 이제 뉴스를 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슬금슬금 휴대폰을 쳐다본다. 돌아가는 얘기가 궁금하기도 했고, 사람들과 얘기할 때 혼자 뒤처지기 싫어서다. 하루 만에 모든 매체에 도배하다시피 떠돌던 얘기가 이튿날 허구에 가까운 것으로 내팽개쳐지는 일이 거의 매일 일어난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이 스펙터클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잠시라도 이른바 ‘조국뉴스’에서 눈을 떼면 시대에 뒤.. 더보기
아베가 꿈에서도 몰랐던 대답, 평화경제 [경향신문] '사유와 성찰' 코너에 실린 칼럼(2019.08.1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8092034015&code=990100 --------------------- 아베가 꿈에서도 몰랐던 대답, 평화경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이 함께 평화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일본 경제를 앞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베와 일본을 동일시하고 일본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드러내어 국민적 통합을 부추기는, 다분히 민족주의적인 선동의 말이 아니어서, 대국민 메시지로서 괜찮아 보였다. 게다가 ‘평화경제’라는 말이 썩 맘에 들었다. 상대에게 치명적 타격을 날림으로써, 복종관계를 강화하려는 정복주의적인 상상력이 아베에게.. 더보기
지연되는 가해자들의 시간을 멈추게 하라 [경향신문] 2017년 7월13일자 '사유와 성찰' 코너에 실린 칼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7122036005&code=990100&utm_source=facebook&utm_medium=social_share ------------------------------------------------------------------ 지연되는 가해자들의 시간을 멈추게 하라 나의 첫 번째 아메리카 대륙 여행지는 캐나다였다. 3주 동안 ‘빡세게’ 곳곳을 누볐지만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이 거대한 나라 남부의 서쪽 편 두 개 주 몇 곳을 다닌 것에 불과했다. 게다가 거의 들리지 않는 영어와 씨름하며 허우적댔던 까막눈의 여행객.. 더보기
막말의 기원 [경향신문] 2019년 6월15일자 '사유와 성찰' 코너에 실린 칼럼 ------------------------------------------------------------------- 막말의 기원 “그 목사는 왜 그렇게 말했대요?” 요즘 어디 가나 듣는 얘기다. 그만큼 전광훈 목사의 막말이 주는 임팩트가 컸다. 하지만, 잘 알려진 것처럼, 그의 막말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는 도처에서 굉장히 강한 막말들을 쏟아내 왔다. 지금은 한기총 회장의 말이니 다를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역시 잘 알려진 것처럼 지금의 한기총은 예전과는 다르다. 1989년 창립한 한기총은 처음부터 한국개신교와 한국사회를 단순 이분법적 이념논쟁으로 몰아가면서 성장하였는데, 그 미친 존재감이 드러난 것은 2천 년대 이후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