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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그 실수가 아름답다 이 글은 [샘터] 34/7(2003 7)에 실린 글입니다. ----------------------------------------- 그 실수가 아름답다 어느 날 동네의 한 초등학교 담이 헐렸다. 예비군과 민방위대의 비상소집 장소였던 그 ‘친숙한’ 장소는, 그러나 거의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다른 이유로는 방문할 일이 없는 ‘낯선’ 곳이었다. 담이 헐린 그 자리엔 화단이 가꾸어졌다. 교문은 그대로 있었지만, 화단 사이사이에 동네와 통하는 길들이 생겼고 그 근처엔 여러 모양의 벤치가 놓였다. 철봉이 있는 모래사장엔, 아이들이 쓸 것 같지 않은 제법 높은 평행봉도 설치됐다. 그리고 몇 곳에 수돗가가 새로 만들어졌다. 무엇보다도 내 눈을 끈 것은 ‘미끄럼틀’이다. 계단과 미끄럼대 외에, 오르막과 내리막의 .. 더보기
적대감의 극복과 화해 - 적대감 극복의 현실적 표현방식으로서의 화해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 (기독교여성평화연구원 1993), 25~32쪽에 게재된 것 ---------------------------------------------------------------------------------------------- 적대감의 극복과 화해적대감 극복의 현실적 표현방식으로서의 화해 1 이른바 ‘문민시대’가 도래하였다고들 한다. “우리 역사에서 이만큼 ‘건전한’ 정부가 있었던가”라고 반문하는 어느 ‘여성’(與性) 학자의 말이 상당히 개연성 있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화해’니 ‘적대감의 해소’니 하는 말들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는 와중에서 새로 출범한 학생단체의 몇몇 집회에서는 이른바 ‘폭력적’ 시위가 있었고, 급기야는 시위현장에서 경찰 한 사람이 .. 더보기
말이 통하는 세계를 향하여 - 지구화 시대의 정의 문제 이 글은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 21 (기독교여성평화연구원 1995 여름)에 처음 실렸고, 나의 책 [반신학의 미소] (2001)에 재수록되었습니다. --------------------------------------------------- ‘말’이 통하는 세계를 향하여 지구화 시대의 정의(正義) 문제 1 ‘지구화’ 또는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말이 어느덧 유행어가 됐다. 바야흐로 세계상의 어떤 변화가 일고 있다는 공공연한 인식을 시사하는 것이리라. 혹자는 ‘지구촌’이니 ‘세계는 하나’니 하면서 이러한 변화를 장미빛 내일의 보증서쯤으로 보려 한다. 또 다른 이는 생존경쟁의 세계화, 곧 국가적 경계(boundary)의 해체를 딛고 세계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더욱 치열한 경쟁시대의 도래를.. 더보기
작은자들의 부활을 꿈꾸며 이 글은 [당대비평] 15(2001 여름)의 머리글입니다. [당대비평]의 머리글은 잡지 해당호에 게재된 글들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시평에세이입니다. -------------------------------------------------- 작은자들의 부활을 꿈꾸며 지난 3월 21일, 현대 그룹의 명예회장 정주영이 죽었다. 평소 120살까지 살겠다고 호언한 것에 비하면 훨씬 적게 살았지만, 향년 86세라니 꽤나 길게 살다 간 셈이다. 한국에선 당대 최고의 자산가 가운데 하나였고,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부자 축에 끼는 재산가이며, 몇 명인지가 세간에 수수께끼가 될 만큼 자식복(?)도 많은 인물이다. 물론 그가 만든 기업체는 그보다 훨씬 더 많다. 그뿐이 아니다. 그의 말 또는 그에 관한 ‘말’은 더.. 더보기
탈제국, 탈신학, 탈교회 - 한국사회에의 급진적 신학하기에 관한 하나의 단상 이 글은 [사람됨의 신한] (2002)에 게재된 글입니다. --------------------------------------------------------- 탈제국, 탈신학, 탈교회한국사회에의 급진적 신학하기에 관한 하나의 단상 글을 시작하며 한국에서 급진적 신학을 한다면, 그것이 과연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바로 이해했다면, 잡지 기획자는 내게 이것을 주문하였다. 난감한 주제다. 무엇보다도 대답이 난해하기 때문이고, 이렇게 커다란 의제와 씨름한 기억이 좀 멀기 때문이다. 잠시 멈추었던 생각을 다시 하기 위해 몇 년 전 내 글을 몇 편 읽어보았고, 관련될 성싶은 다른 분의 글 두어 편도 보았다. 또 ‘당대성’에 관련한 최근의 한국 지식사회의 동향을 점검해보기 위해 책 몇 권을 뒤적거렸다. 무엇보다도.. 더보기
지식인이란 어떻게 사는 자인가? 이 글은 [당대비평] 13(2000 겨울)에 처음 게재되었고, 이듬해 출간된 나의 책 [반신학의 미소]에 재수록된 것입니다. ---------------------------------------------------------------- 지식인이란 어떻게 사는 자인가? 표구사에 부탁한 그림 액자가 배달됐다. 제법 커서, 그 무게를 감당할 만큼의 큰못을 벽 속 깊이 박아야 했고 천장에서 꽤나 여유 있게 위치를 잡아야 했다. 다음 순서는 못을 박는 것. 펜치로 단단히 고정시킨 후 대가리를 망치로 내려친다. 그런데 벽에 약간 흠집을 냈을 뿐 못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조금 강도를 높이면서 수차례를 반복했다. 하지만 정확한 조준이 안 된 탓에 구멍은 깊어지기보단 커지기만 했다. 아무튼 어찌어찌해서 기어.. 더보기
승리주의를 넘어서, 예수의 복원을 향해 [당대비평] 8호 (1999년 여름)에 처음 게재되었고, [우리 안의 파시즘](삼인 2000)에 재수록되었으며, 나의 책 [반신학의 미소] (삼인, 2001)에 재게재되었음 ---------------------------------------- 한국교회의 승리주의를 넘어예수의 복원을 향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얼마 전 교회에서 한 사람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주기도문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그대로 해야만 하나요?” 무심코 반복하다보니 잊어버렸던 오래된 문제의식이 그녀 덕분에 되살아났다. 대답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두 번에 걸친 설교로 답변을 시도했다. 하나는 ‘아버지’라는 호칭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에 계신’이라는 장소성에 관한 것이다.‘하나.. 더보기
그(녀)가 교회에 '필'이 꽂히지 않는 이유는? [계간 새길 이야기] (2003 봄)에 실린 글 --------------------------------- 그(녀)가 교회에 ‘필’이 꽂히지 않는 이유는?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이 주도하는 이른바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가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어떤 이의 참관 소감을 들으니, 왜 모이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별로 없고 막연한 냉전의식 정도로만 무장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만큼 기독교인들이 반전․평화 등의 사회적 문제에 무감각하다는 반증일 터다. 그러한 교인 대중 수만 명을 시사적인 공론의 광장으로 이끌어낸 냉전주의적 기독교 엘리트들의 동원력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럼에도 ‘나라․민족’과 ‘평화’를 한 줄로 꿴 의제 형성 능력은 지나치게 단세포적이다. 근대는 전쟁이.. 더보기
'임여의 시선'으로 공공성의 인문학을 꿈꾸다 - 위기의 지구화 시대 청(소)년이 사는 법 이 글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와 우리신학연구소, 한신대 평화와공공성 센터가 기획한 책 [잉여의 시선으로 본 공공성의 인문학](이파르, 2011.6.30)에 게재된 맺음글입니다. -------------------------------------------------------------------------------------------------------- ‘잉여의 시선’으로 공공성의 인문학을 꿈꾸다 다음은 이 책의 보도자료의 일부와 목차입니다 지구화 시대 공공성의 위기와 청(소)년 지구화의 폭력적인 확산으로 근대적 민주주의의 제도들이 도처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그것은 근대적인 공공성의 위기를 의미한다. 최근 공공성 논의가 부각되는 것은 이런 맥락을 갖고 있다. 이 책은 지구화라는 길고 복잡한 .. 더보기
설교는 ‘비평’이다, 또한 ‘비평되는’ 텍스트다 '한겨레훅'에서 연재 중인 '나는 어떻게 쓰는가(3)'에 기고된 글(2011.4.19)이 글들을 묶어서 [나는 어떻게 쓰는가 - 글로 먹고사는 13인의 글쓰기 노하우](씨네21북스, 2013)로 발간됨. --------------------------------------- 설교는 ‘비평’이다, 또한 ‘비평되는’ 텍스트다 설교의 딜레마 기독교 출판물 가운데 스태디셀러 중 하나는 설교집 장르의 책이다. 전국의 목사들 거의 모두에게 설교는 가장 큰 부담거리의 하나인 탓이다. 대개의 담임목사들은 주일 예배를 절대로 남에게 양도하지 않는다. 그것은 담임목사의 철칙에 가깝다. 게다가 수요일 예배와 금요일 예배가 있다. 또한 매일 새벽에도 예배가 있고, 1년에 두 차례씩 교인들의 집을 방문하는 심방예배가 있으며, .. 더보기